중국 부유층이 홍콩으로부터의 수입액과 해외 인수·합병(M&A) 규모를 실제보다 부풀리는 방식으로 자본을 해외로 유출하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10일 골드만삭스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하반기 중국의 순자본유출액은 5040억 달러(약 551조3760억 원)로 추정된다. 이 중 70%를 웃도는 3720억 달러가 중국인의 해외 자산 매입에 따른 것이다. 올해 1분기 중국인의 해외자산 매입 규모는 1080억 달러로 추산된다.

전문가들은 중국 부유층이 해외자산 매입 규모를 연간 5만 달러(5천780만 원)로 제한한 당국 규제를 피하려고 홍콩과 무역 거래에서 송장 위조 등의 수법을 쓰고 있다고 관측했다.

실제 가격이 50만달러인 기계를 송장에 기재된 가격을 조작해 100만 달러에 수입한 뒤 나머지 50만 달러를 역외 은행 계좌에 예치하거나 또 다른 해외자산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자본을 유출한다는 설명이다.

지난 5월 중국의 대(對)홍콩 수입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243% 급증했다. 또 6월과 지난달에도 각각 144%, 143% 늘었다. 수입액 조작을 통한 자본유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앤드루 콜리어 오리엔트캐피탈 리서치센터장은 수입업자 사이에서 관행적인 허위거래 때문에 수입 규모가 부풀려진 것 같다는 얘기를 업계 내부자들에게서 들었다고 밝혔다. 또 “홍콩 수입규모의 절반을 웃도는 보석과 귀금속 등이 무게는 적고 고가여서 허위로 높은 가격을 책정하기에 이상적”이라고 말했다.

콜리어 이사는 해외 M&A 자금을 과다 계상하는 것도 자본유출을 위장하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작년 중국 기업의 역외 직접 투자 규모가 총 1180억 달러로 전년보다 14.7% 증가했다”며 “해외 M&A의 수익성이 예상보다 크게 적은 점은 중국 해외직접투자의 본질이 자본유출이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5만 달러 이상 해외 부동산을 구매하려는 개인은 가족이나 친구들로 그룹을 구성해 1인당 5만 달러씩 해외로 유출하는 방식을 이용하고 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전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