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채무를 GDP의 45% 이내로 묶겠다는 재정건전화법 제정안이 입법 예고됐다. 기획재정부가 마련한 이 법안은 국회가 재정지출을 수반하는 법안을 제출할 때 재원조달 방안도 첨부하도록 하는 이른바 ‘페이고(pay-go) 원칙’도 담고 있다. 재정건전화를 담보하는 중요한 규준이 되길 기대한다.

올해 국가채무는 GDP 대비 40.1%(추경편성 전)로 국제적으로 볼 때 당장 큰 문제는 없다. 그러나 2008년 28.0%, 2011년 31.6%, 2014년 35.9%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더구나 온갖 복지제도가 도입되면서 지금의 지출구조가 계속되면 2060년에는 157.9%로 치솟게 된다는 게 정부가 내놓은 추계다. 한번 도입되면 무한 자가증식하는 소위 보편적 복지의 무서운 종말이다. 그런데도 선거 때면 새로운 버전의 복지공약이 경쟁적으로 선보인다. 4월 총선에서도 그랬고, 내년 대선과 그 다음해 지방선거 또한 예외가 아닐 것이다.

페이고 원칙만 해도 19대 국회 때부터 법안으로 발의됐으나 여야의 무관심 속에 유야무야돼 버렸다. 정부도 몇 년 전부터 강조하던 것을 이제야 법안으로 냈다. 앞으로 국회의 법제화 과정을 지켜보겠지만, 무엇보다도 국회가 외면하고 정부의 이행의지도 없다면 이런 법이 열 개가 있어도 소용없다. 이번 법안도 재정관리 의지를 다지는 선언적 의미가 돋보일 뿐 미이행에 따른 제재는 없다. 더구나 ‘경기침체와 대량실업 발생, 남북관계 변화 등 대내외 여건의 중대한 변화나 발생 우려’ 때는 관리목표의 적용을 받지 않아 자칫 느슨한 법규로 전락할 공산도 있다.

그럼에도 임기 후반을 맞은 정부가 굳이 재정건전화 원칙을 법제화하겠다는 것은 의미가 작지 않다. 나라 살림이야 어떻게 되든 표 계산부터 해보자는 것이 우리 정치의 적폐다. 엊그제 S&P가 한국의 신용등급을 사상 최고인 AA로 올려 영국 프랑스와 동급에 놓은 것에는 ‘충분한 재정정책의 여력’이 작용했다. 재정이 건전해야 대내외 위기도 막아낸다. 국회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들도 결코 예외지대가 될 수 없다. 국회의 조속한 통과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