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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영업판 흔드는 '은행판 김영란법'

입력 2016-08-10 18:31:54 | 수정 2016-08-11 03:22:13 | 지면정보 2016-08-11 A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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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 은행법' 뭐길래

20만원 초과 경조사비 제공땐 준법감시인에 보고 의무화
법인뿐 아니라 개인까지 확대

신고 양식에 수령인 성명·생년월일·금액 등 포함

은행 "VIP 영업 사실상 막혀"…"현실 동떨어진 규제"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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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판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으로 불리는 개정 은행법이 지난달 30일 시행되면서 은행들이 우수고객(VIP) 등을 대상으로 펼치던 영업 및 마케팅 전략을 새로 짜느라 비상이다. 개정 은행법은 불건전 영업행위의 금지(제34조의 2항) 조항을 신설해 은행 이용자에게 정상적인 수준을 초과한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과도한 경품 제공을 포함한 부당·과열 경쟁을 막자는 취지다.

앞으로 은행 직원은 은행 이용자에게 3만원이 넘는 물품이나 식사, 20만원을 초과하는 경조사비 등을 제공할 때 준법감시인에게 수령자 이름과 생년월일 등을 보고해야 한다. 또 매년 이사회에 은행 이용자에게 재산상 이익을 제공한 현황과 적정성 점검 결과 등을 보고하도록 했다.

시중은행 본점 관계자는 “고객으로 유치하려고 서울 강남의 부동산 부자와 어렵게 식사 자리를 마련했는데 준법감시인 보고를 위해 생년월일을 물어봐야 하느냐는 질의도 있었다”며 “9월28일부터 시행되는 김영란법과 맞물려 전반적인 은행권 영업·마케팅 전략에 큰 변화가 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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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 어떻게’ 우왕좌왕하는 은행들

은행 본점들은 이달 초 개별 영업점에 ‘재산상 이익 제공 관련 준법감시인 보고 내용 변경’이라는 공문을 일제히 보냈다. 개정 은행법과 은행업감독규정이 은행 이용자에게 여신·수신·외국환 등 은행업무, 부수업무, 겸영업무와 관련해 ‘정상적인 수준을 초과해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어서다. 이 규정에 따르면 은행 임직원은 은행 이용자에게 3만원 초과 금전·물품·식사를 제공하거나 20만원이 넘는 경조비·조화·화환을 보낼 때 준법감시인에게 반드시 보고해야 한다. 재산상 이익을 제공한 은행원과 날짜, 목적, 내용, 금액뿐 아니라 수령자 이름 및 생년월일까지 보고 항목에 포함된다.

특정 고객에게 제공한 재산상 이익이 10억원을 넘으면 홈페이지 등에 공시도 해야 한다. 종전에는 법인 등에만 적용하던 재산상 이익 제공 관련 규정을 개인·개인사업자로까지 확대 적용하고, 과태료 부과 조항도 신설했다. 위반 시 과태료가 개인(임직원)은 250만원, 기관(은행)은 2500만원이다. 연간 500만원을 넘는 이익을 제공하면 은행 자체적으로 별도 수익 평가도 해야 한다.

은행 관계자는 “모든 건에 사전 보고를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워 사후 보고도 가능하도록 했지만, 3만원이 넘는 식사를 할 때마다 준법감시인에게 언제, 어디서, 누구와 얼마짜리 식사를 했다는 걸 일일이 보고해야 하기 때문에 큰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거액의 자산을 맡기고 있는 VIP 등을 대상으로 여는 세미나와 포럼, 문화 공연 등 다양한 영업·마케팅 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추첨 등 우연성을 이용하는 방법으로 제공하는 이익도 준법감시인 보고 대상이 되고 있어 전체적인 마케팅 전략 수정이 필요하다”며 “준법감시인에게 보고한 세부 내용이 세무당국의 열람 조사 때 활용될 수 있다는 사실이 고객들에게 알려질까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어려움을 털어놨다.

“편법 난무할 것” 우려도

비현실적인 법규를 도입해 결과적으로 은행들의 정상적인 영업 활동까지 제한하게 됐다는 비판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개정된 은행법이 과거나 현재 은행 이용자만이 아니라 잠재적인 이용자까지 대상으로 삼고 있는 데다 거래실적과 무관하게 제공하는 각종 멤버십 포인트나 마일리지까지 재산상 이익으로 보고 있어서다.

시중은행 영업담당 임원은 “실제 금융거래가 성사되지 않더라도 고객 유치를 전제로 한 업무추진비 사용도 보고 대상이 돼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VIP와의 친교 활동은 물론 제대로 식사를 한 번 하는 것도 어려워져 졸지에 은행원들도 김영란법을 적용받는 것처럼 됐다”고 하소연했다. 자산관리를 주로 하는 프라이빗뱅킹(PB)과 법인 영업에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얘기가 많다.

규정의 허점을 노리면 그다지 실효성이 없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재산상 이익 제공이 가능한 세부 규정은 은행법 관련 규정에서 상세하게 정하지 않고 있다. 각 은행 이사회가 기준을 마련해 따르면 된다. 대부분의 은행은 전국은행연합회를 중심으로 준용할 수 있는 재산상 이익 제공 관련 기준을 정했다.

시중은행 준법감시인은 “김영란법 시행과 맞물려 개정된 은행법이 얼마만큼 영향을 미칠지는 가늠하기 어렵지만 고객들이 이 같은 변화를 인식하고 은행 임직원들도 과거에 비해 신경을 쓸 수밖에 없어 기존 영업 관행에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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