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발의한 상법 개정안이 입법화되면 기업 사외이사를 퇴직 관료와 교수들이 장악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개정안에 자기 회사 또는 계열사 임직원을 사외이사에 임명할 수 있는 기간을 현행 퇴직 후 2년에서 5년으로 연장하는 조항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10일 한국경제신문이 기업 경영성과 평가업체 CEO스코어에 의뢰해 삼성그룹, 현대자동차그룹, SK그룹, LG그룹 등 10대 그룹 90개 상장사의 사외이사를 조사한 결과 지난 3월 말 기준 전체 317명의 사외이사 중 관료 출신이 125명(39.4%)으로 가장 많았다. 교수 등 학계에서 임명된 사외이사는 120명(37.9%)이었고, 퇴직 임원 등 재계 출신(41명)이 뒤를 이었다.

신석훈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연구실장은 “재계에서 영입된 사외이사들은 관료나 학계 출신보다 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사외이사의 독립성과 중립성 확보는 임명 단계에서가 아니라 운영 단계에서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회사 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관료나 교수가 사외이사 자리에 오를 경우 대주주의 감시와 견제보다는 거수기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사외이사 임기를 6년으로 제한하는 조항도 관료와 학계 출신 사외이사가 늘어날 수 있는 잠재 요인으로 지적된다. 김선정 동국대 법학과 교수는 “사외이사 후보군이 한정된 상태에서 임기를 짧게 제한하면 기업의 사외이사가 ‘나눠 먹기’ ‘돌려막기’ 식으로 선임될 위험도 크다”고 지적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