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상암동 디지털큐브 빌딩에 있는 공영홈쇼핑 주편성실에서 PD와 상품기획자들이 생방송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공영홈쇼핑 제공
서울 상암동 디지털큐브 빌딩에 있는 공영홈쇼핑 주편성실에서 PD와 상품기획자들이 생방송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공영홈쇼핑 제공
국내 중소기업 제품을 인도네시아에서도 24시간 동안 만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인도네시아 최대 TV홈쇼핑 업체인 ‘레젤홈쇼핑’으로부터 받은 독자적인 채널을 통해 국내 중소기업 제품들이 판매되고 있어서다. 케이블 셋톱박스만 설정하면 원하는 채널에서 국내 중소기업 제품들을 손쉽게 고를 수 있다.

공영홈쇼핑은 홈쇼핑 사업을 시작한 지 1년이 되는 지난달 14일 레젤홈쇼핑과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그 성과가 하나둘씩 나타나고 있다.

세계시장 발돋움할 기회

공영홈쇼핑과 레젤홈쇼핑의 업무협약은 한국 중소기업 제품이 좁은 국내 시장에서 벗어나 글로벌 시장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인도네시아는 인구가 약 2억5360만명으로, 세계 4위에 이르는 대형 소비시장으로 꼽힌다.

2012년 기준 인도네시아 TV홈쇼핑 시장 규모는 약 2억달러(약 2226억원)다. 전체 소매시장 1340억달러(약 149조1822억원)의 0.2%에 불과하지만 매년 10% 이상씩 성장하고 있어 가능성이 큰 것으로 평가받는다.

레젤홈쇼핑은 TV홈쇼핑 시장 점유율 75%를 차지하는 1위 업체다. 지난해 매출 4000억루피아(약 345억원)를 올렸다. 이는 전년 대비 50% 성장한 수치다. TV홈쇼핑 시장이 크는 것에 따라 레젤홈쇼핑 역시 올해도 매출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공영홈쇼핑은 주방용품 침구류 레포츠용품 등을 내세워 레젤홈쇼핑 공략에 뛰어들었다. 이 같은 전략은 인도네시아에서 불고 있는 ‘한류 열풍’과 잘 맞아떨어져 순풍을 탔다. 9000만원 상당의 상품이 현지에 판매 중이다. 상품 품목은 점점 확대되고 있다.

공영홈쇼핑은 인도네시아에서에서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되는 상품을 선정하며 방송영상과 상품 관련 정보도 제공한다. 레젤홈쇼핑은 한국 중소기업 제품의 현지화를 맡고 있다. 주문 접수부터 제품배송과 결제, 애프터서비스(AS), 재고관리 또한 레젤홈쇼핑이 철저하게 관리한다.

한국방송학회 관계자는 “인도네시아 소비자들 대다수가 이슬람교를 믿는 무슬림인”이라며 “‘할랄 인증’ 등을 통해 문화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열악한 물류 인프라와 결제시스템을 개선하면 판매량을 늘리고 매출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중국에도 연착륙 성공

지난 6월에는 공영홈쇼핑이 한국 농축산물 판매를 위해 중국 10위권 홈쇼핑 업체인 글로벌홈쇼핑(GHS)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GHS는 지난해 중국 17개 성과 141개 도시 총 5600여만가구에 홈쇼핑 방송을 송출했다. GHS의 지난해 매출은 약 1400억원이었다.

국내에서 중국은 ‘짝퉁의 나라’라는 인식이 강하다. 중국 스스로도 이런 오명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중국 홈쇼핑 시장의 성장기이던 2000년대 초에는 소비자들의 불신 때문에 TV홈쇼핑업계 전체가 몸살을 앓기도 했다. 검증되지 않은 홈쇼핑업체와 저품질 제품 때문에 소비자 피해가 속출했기 때문이다.

이를 보다 못한 중국 정부가 나섰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지와 제도 개선 등의 노력에 힘입어 2005년을 기점으로 중국 홈쇼핑은 안정적인 궤도에 오르기 시작했다. 품질검사 제도를 강화해 홈쇼핑에서 판매하는 제품의 신뢰도를 높였다.

중국 TV홈쇼핑 시장 규모는 2009년 234억위안(약 4조1000억원)에서 2013년 684억위안(약 12조2000억원)으로 3배가량으로 커졌다. 매년 31%가량 성장하며 잠재력이 큰 시장으로 떠올랐다.

한국 공영홈쇼핑의 제품은 ‘믿을 수 있는 제품’이란 측면에서 중국 홈쇼핑 시장의 입맛에 잘 맞아떨어졌다. 공영홈쇼핑에서 판매하는 제품이라면 우수한 품질과 가격, 상품성을 갖춘 한국 제품이라는 사실이 보증되기 때문이라고 공영홈쇼핑 관계자는 전했다.

해외 수출 플랫폼으로 진화

중국산업전망연구원은 2020년 중국 TV홈쇼핑 시장 규모가 2500억위안(약 44조7000억원)에 달해 전체 유통시장의 3%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인들은 믿을 수 있는 제품인지 다른 사람의 의견이나 후기를 통해 확인하려는 경향을 보인다”며 “업체들이 입소문 마케팅 전략을 잘 활용해야 중국 시장에 성공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공영홈쇼핑은 인도네시아와 중국에 이어서 베트남, 대만 등 한국 상품 수요가 많은 아시아권 다른 지역으로도 진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공영홈쇼핑이 국내 중소기업들의 해외시장 진출을 위한 유통 플랫폼이 되겠다는 구상이다.

이영필 공영홈쇼핑 대표는 “품질과 판매 실적이 검증된 제품들을 엄격하게 선정해 수출 판로를 지원하고 글로벌 네트워크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