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인터뷰] 창조경제혁신센터 입주기업 제품, 공영홈쇼핑 채널에서 보게 될 것
이영필 공영홈쇼핑 대표(60·사진)는 음식료와 상품 기획 및 영업, 홈쇼핑 등을 두루 경험한 유통 분야 전문가다. 1983년 삼성그룹 공채 사원으로 입사해 CJ제일제당과 CJ오쇼핑, CJ프레시웨이, 동부팜가야 등을 거쳤다.

이 대표 주도 아래 공영홈쇼핑은 출범 1년 만에 매출 6000억원을 넘어서며 자리를 잡았다. 그는 “출범 초기에 세웠던 국내 중소·벤처기업 제품과 농·수·축산물을 알리고 판매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또 “전국 18개 창조경제혁신센터에 입주한 혁신기업의 제품을 사업화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이르면 올해 말부터 창조경제혁신센터 입주기업 제품을 공영홈쇼핑 채널에서 볼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이 대표는 “다른 홈쇼핑에 비해 훨씬 낮은 수수료를 바탕으로 매년 700여개 신제품을 발굴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상품개발자(MD)들을 현장에 자주, 많이 보내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공영홈쇼핑 특징을 살려 공공기관, 지자체와 연계하는 사업도 펼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외 진출도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인도네시아를 시작으로 중국, 베트남 등 한류 수요가 많은 동남아 국가에 국내 중소기업과 농어업인들의 상품을 수출하도록 돕겠다”고 했다.

▷지난 1년간 소회가 궁금합니다.

“공영홈쇼핑 덕분에 중소기업이 부도 위기에서 벗어났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가장 보람을 느꼈습니다. 그동안 공영홈쇼핑이 중소기업과 농·어업인의 자생력을 키울 수 있는 인큐베이터가 되도록 노력했습니다. 이분들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상생 TV홈쇼핑’이 되자고 직원들에게 늘 강조했습니다. 공영홈쇼핑 입점 기업의 약 30%는 다른 홈쇼핑에서 실패를 겪고 재도전한 곳입니다. 이들의 과거 실패가 좋은 경험이 돼 성공하도록 돕는 게 제 역할이었습니다.”

▷어려움도 많았을 것 같습니다.

“1년 만에 매출 6000억원을 넘긴 것은 의미가 꽤 큽니다.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했지만 저희는 해냈습니다. C급 채널을 배정받은 데다 취급 품목도 대기업 제품과 해외 제품을 제외했기 때문에 그만큼 시작부터 불리했어요. 출발선이 달랐던 셈입니다. 그럼에도 공영홈쇼핑은 개국 초기부터 중소기업인과 농·어업인의 판로 지원에만 초점을 맞췄습니다. 홈쇼핑 후발주자의 불리함 속에서 임직원들이 똘똘 뭉쳐 극복했습니다.

도약의 기틀도 마련했습니다. 전국 18개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비롯해 지자체, 유관단체와 협력관계를 만들었습니다. 우수 중소기업과 농·어업인을 발굴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했습니다.”

▷창조경제혁신센터 입주기업 제품 홍보도 하나요.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방문해 벤처기업을 많이 만나봤습니다. 참신하고 기발한 제품이 많았습니다. 이 제품들이 이르면 올해 말, 내년 초부터 공영홈쇼핑에 나올 예정입니다. 공영홈쇼핑의 경쟁력을 키워줄 ‘킬러 상품’이 될 것으로 봅니다. 기대가 큽니다.”

▷신생 벤처기업 제품은 대체로 상품성이 떨어지는데 잘 팔리는지 궁금합니다.

“기술과 아이디어는 좋지만 디자인이나 사용 편의성 면에서 떨어지는 제품이 일부 있는 게 사실입니다. MD가 시장에서 판매하기 좋게 노하우와 전략을 함께 상의합니다. 초반엔 다소 시행착오가 있겠지만, 이런 경험이 쌓이면 공영홈쇼핑만의 강점이 될 수 있습니다. 또 공영홈쇼핑에 나온 것 자체가 신생 벤처기업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봅니다. 아직도 많은 혁신 제품이 판매처를 못 찾고 있습니다. 더 많은 신생 벤처기업이 입점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앞으로 주력할 분야는 무엇입니까.

“국내 중소기업, 농어민의 땀방울이 묻어 있는 우수 상품을 발굴해 보다 많은 사람에게 알리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새로운 상품 발굴 능력을 키우는 게 우선인 것 같습니다. 매년 700개의 새로운 상품을 발굴하는 게 목표입니다.”

▷700개면 너무 적은 것 아닌가요.

“오히려 많은 편이죠. 기존 홈쇼핑 채널과 비교해 두 배 이상 되는 숫자입니다. 수수료가 다른 홈쇼핑에 비해 훨씬 적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봅니다. 업체들의 수수료 부담과 재고 부담이 낮기 때문에 업체들 사이에서 선호도가 높습니다. 요즘 공영홈쇼핑 입점 희망 업체가 큰 폭으로 늘고 있습니다.”

▷상품 발굴 능력을 어떻게 키울 예정입니까.

“무엇보다 상품개발자(MD)가 현장을 발로 뛰는 게 중요합니다. 현장에 많이 다녀야 할 성싶은 떡잎을 잘 알아봅니다. 공공기관과 지자체도 적극 활용할 생각입니다. 정부 주도의 공영홈쇼핑 특징을 살리도록 하겠습니다. 여기에 중소기업유통센터, 농협, 수협 등 공영홈쇼핑 주주사들의 유통 네트워크도 활용하겠습니다.”

▷농·수·축산물 판매 전략이 궁금합니다.

“고급화 전략입니다. 유기농과 최상품으로 프리미엄 이미지를 구축하는 게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선 소비자 신뢰가 우선일 것으로 봅니다. 품질과 맛을 균일하게 유지할 수만 있다면 브랜드를 달아 판매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해외 진출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압니다.

“지난달부터 인도네시아 레젤홈쇼핑을 통해 국내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를 시작으로 중국, 베트남 등 한류 수요가 많은 동남아 시장 진출을 적극 모색 중입니다. 해외에서도 공영홈쇼핑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국내 중소 벤처기업과 농·어업인들이 혼자 힘으로 해외시장에 나가기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공영홈쇼핑이 수출 플랫폼 역할을 하겠습니다.”

▷외형을 키우는 일도 중요해 보입니다.

“2020년 취급액을 1조원 수준까지 끌어올릴 예정입니다. 저희가 많이 팔수록 국내 중소기업과 농·어업인들의 매출도 올라간다는 사명감을 갖고 꼭 달성하겠습니다.”


CJ제일제당서 햇반 성공 이끈 '30년 영업·마케팅通'

이영필은 누구

"답은 현장에 있다"
현장경영 전도사


[CEO 인터뷰] 창조경제혁신센터 입주기업 제품, 공영홈쇼핑 채널에서 보게 될 것
이영필 공영홈쇼핑 대표는 현장을 중시한다. 지난 30여년간 대부분을 영업과 마케팅 업무를 한 결과다. 현장에서 가장 값진 정보를 얻고 각종 문제의 해법도 현장에서 찾을 수 있다고 자부하고 있다. 이는 지금도 변함이 없는 이 대표의 경영 철학이다.

이 대표는 CJ제일제당 근무 시절 햇반 출시를 주도한 인물이다. 햇반을 세상에 내놓은 것도 현장에서의 경험 덕분이었다. 그는 당시 ‘집집마다 전기밥솥이 있는데 누가 햇반을 사먹겠느냐’는 비아냥 속에서도 햇반의 성공에 대해 자신했다. 밥솥으로 한 밥에 비해 맛은 떨어지지 않는데 편의성은 훨씬 크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서울 강남의 대형 아파트단지를 집집마다 방문해 현관문 손잡이에 햇반 제품을 걸어놨다. 그리고 단지 앞 슈퍼마켓 입구에서 햇반을 쌓아놓고 소비자들이 찾아오기를 기다렸다.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성공이었다. 맛을 본 사람들이 줄줄이 구매했다. 이 대표는 “처음 제품을 접하는 사람들의 말 한마디와 표정에서 정확한 평가가 나온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경영의 답은 현장에 있다”고 말한다. “고객뿐 아니라 현장에서 일하는 직원 목소리가 가장 정확하다”는 얘기다. 이들의 의견을 경영에 반영하는 게 최고경영자(CEO)의 역할이란 게 그의 ‘경영 철학’이다.

‘정도(正道) 경영’도 이 대표가 강조하는 부분이다. 당장은 다소 억울하거나 힘든 일이 있어도 돌아가지 않고 정면승부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맡은 바 일을 꿋꿋이 하다 보면 언젠가 기회는 찾아온다”는 생각에서다. 그는 “기회를 빨리 잡기 위해 꼼수를 부리면 기회는 오히려 멀어진다”고 설명한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