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열린 새누리당 전당대회는 내년 대선 경선 전초전 성격도 있었다. 전대 표심이 대선 경선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비박(비박근혜)계 대선주자로 꼽히는 김무성 전 대표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비박 단일화를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하고 주호영 의원을 공개적으로 지지한 이유다.

당 대표 경선에서 친박(친박근혜)계 후보가 3명이나 출마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정현 의원이 비박 단일 후보인 주 의원을 상당한 표차로 꺾었다는 데 비박계는 긴장하고 있다. 친박 조직표 파워가 막강하다는 것이 다시 한 번 입증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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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친박계가 일단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게 됐다. 친박계가 차기 대선 주자로 밀고 있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대망론에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 친박계가 정권 재창출 전략으로 ‘충청, 대구·경북(TK) 지역연합’을 모색하고 있다는 얘기는 정치권 내 공공연한 사실이다. 반 총장의 대선 참여 가능성이 한층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비박계는 수세에 몰렸다. 두 차례에 걸친 단일화 과정을 거치면서 표 결집에 나섰지만 친박에 크게 밀렸다. 한 비박계 의원은 “당심 7, 일반 국민 여론조사 3의 비율로 치러진 경선에서 친박 성향의 당심이 만만찮은 세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을 잘 보여줬으며, 내년 경선전의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전대를 계기로 적극 행보에 나설 계획이었던 비박계 대선 주자들이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김 전 대표는 이달 초부터 영·호남을 가로지르며 민생 탐방을 시작했다. 대선 행보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왔다.

오 전 시장도 사무실 이름을 ‘共·生(공·생)연구소’라 짓고 대선을 위한 ‘내공 쌓기’에 열중해왔다.

새누리당에서 거론되는 잠룡 가운데 반 총장과 정우택 의원을 제외하고 김 전 대표와 오 전 시장, 유승민 의원, 남경필 경기지사, 원희룡 제주지사 등은 비박계로 분류된다. 비박계가 절대적으로 불리한 구도다.

4차 산업혁명, 스마트 국가 등 미래 비전과 관련한 문제를 공부 하면서 언제든지 대선에 뛰어들 준비를 해온 남 지사와 원 지사는 당분간 도정에 전념하면서 당내 추이를 지켜볼 것으로 알려졌다.

홍영식 선임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