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과정에서 터져 나오는 한·미 FTA 파열음이 심각하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는 한·미 FTA를 콕 집어 ‘깨진 약속의 대표적 사례’라고 목청을 높였다. 오바마 정부 약속과는 달리 대한(對韓) 무역적자는 150억달러 늘어났고 일자리는 10만개 날아갔다는 것이다. 그는 한·미 FTA를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공격하는 이슈로 삼고 있다. 비판 수위는 더 높아질 모양이다. 클린턴 후보 또한 한·미 FTA를 포함한 미국의 대외 경제협정을 재검토할 것이라고 한다. 누가 당선되더라도 한·미 FTA를 재협상해야 할 판이란 소리가 나온다.

문제는 우리 정부의 대응이다. 경고음이 울린 지가 언제인데 대미 통상외교가 먹통인지 도무지 움직임이 없다. 주관 부서인 산업부 주형환 장관은 이제야 오는 9월에 방미해 의회와 업계를 대상으로 오해를 풀겠다고 한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CT)가 두 달 전 한·미 FTA 덕에 미국 경제가 좋아졌다는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하며 그 효과를 적극 알린 것과 극히 대조된다. 너무도 안이하다. 산업부는 미 정부가 아니라 대통령 후보들의 언급에 관여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판단해 왔다고 한다. 그렇지만 국내 언론에조차 그동안 대응논리를 제대로 설명 한 번 한 적이 없다. 미국이 한·미 FTA를 통해 서비스수지에서 100억달러 규모의 흑자를 내고 있다거나, 한국의 대미 수출이 늘어난 것은 FTA 비혜택 품목이라는 언급이나마 내놓은 게 겨우 며칠 전이다.

한국 통상외교의 참담한 실상을 목도하고 있다. 거슬러 올라가면 미국 일본이 중심이 된 TPP를 제치고 미국이 한사코 반대했던 중국과의 FTA 협정, AIIB를 우선시한 친중 외교노선의 실패다. 역대 최상의 관계라던 중국은 막무가내로 사드를 시비 삼고 있다. 한국의 내부 분열까지 획책하고 있다. 이런 판에 최대 동맹국인 미국에서마저 한·미 FTA가 공격당하고 있다. 트럼프의 입에서 일본에 대한 공격은 어느새 사라지고 없다. 한·미 동맹이 깨지는 소리가 나는데도 정부는 남의 일이라는 듯 구경만 하는 꼴이다. 중국과는 마찰이고, 일본과는 데면데면한데, 미국과도 소원해질 참인가. 한국 외교가 무너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