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많은 인구(12억3000만여명)를 보유한 인도가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사람이 없어서가 아니라 숙련공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인도 북서부 아셈주(州)의 구와하티 출신 아누브하브 두타(23)는 공과대 졸업장을 받을 때까지도 리벳 사용법을 몰랐다. 리벳은 철판을 이어붙일 때 못처럼 쓰는 부속품이다. 항공기 등의 제작에서 가장 기본적인 부품이다. 두타는 대학을 졸업하고 인도 최대 기업인 타타그룹 공장에 수련생으로 입사하고 나서야 비로소 리벳 쓰는 법을 배웠다. 학교에서는 이론교육만 받았다. 두타뿐만 아니라 타타그룹에 취직한 대학졸업자 가운데 절반은 1년간 의무적으로 기초기술 수업을 받고 있다.
'12억 인구대국' 인도의 인력난
◆자체 투자로 숙련공 확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9일 “보잉 록히드마틴 알스톰 등 해외 기업이 인도에서 항공기와 지하철 등을 제작하면서 숙련된 기술자를 구하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며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내세운 ‘메이크 인 인디아(인도를 제조업 중심국가로 만들자)’ 전략이 시험대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인도의 항공과 군수, 지하철 관련 분야에서 세계적 기업들의 발주가 대량으로 이어지고 있다. 인도 정부가 자국에 판매하는 제품에 인도산 부품을 일정 부분 사용해야 한다는 조건을 단 것이 주효했다. 미국 보잉사는 2009년부터 C17 수송기, P81 해양정찰기, 공격용 아파치헬기 등의 부품 공급과 조립을 위해 100억달러(약 11조원) 이상의 계약을 인도 기업과 맺었다. 프랑스 전력·운송기업 알스톰은 지난해 26억달러 상당의 계약을 통해 지하철 차량 1000량의 일부 부품 조립을 맡겼다. 미국의 대표적 방위산업회사 록히드마틴은 C130J 수송기 제작협력을 위해 20억달러를 투입했다.

인도 수주기업 및 인도기업과 합작사를 설립한 해외 발주사의 공통점은 숙련공을 구하지 못해 발을 구르고 있다는 것이다. 리벳 사용법조차 배우지 못하고 공대를 졸업하는 상황에서 불가피한 문제다. 인도 인적자산조사기업 애스파이어링마인즈가 650여개 공과대 학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80% 정도가 취업 자격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대로 된 기술자가 없다 보니 기업은 자체 투자로 인력 확보에 나섰다. 보잉은 인도국가기술개발원과 함께 직원을 교육하고 있고, 알스톰은 인도 직원을 브라질로 보내 훈련하고 있다.

◆경제 성장판 닫히나 우려도

인도 경제 성장의 토대를 제조업 육성에서 찾고 있는 모디 총리는 지금까지 양호한 성적을 냈다. 모디 총리가 취임한 2014년에는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7.2%에 달해 세계 평균(2.6%)보다 크게 높았고 지난해에도 7.5%의 경제성장률을 이뤄냈다. 하지만 숙련공을 제대로 키워내지 못하면서 ‘경제 성장판’이 닫힐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인도는 33억달러를 투입해 2020년까지 1500만명의 숙련공을 배출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교육 시스템의 획기적인 변화 없이는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보기술(IT) 전문가도 턱없이 부족하다. WSJ는 “인도공과대 등 유수의 대학에서 많은 인재가 나오지만 폭발하는 벤처기업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중국과의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면 능력있는 인재 개발에 더욱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도중앙은행은 이날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현재 연 6.5%인 기준금리를 동결한다고 발표했다. 인도 재무부는 경제 성장을 위해 금리 인하를 요구하고 있지만 물가인상을 우려한 라구람 라잔 중앙은행 총재가 보수적인 결정을 했다는 평가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