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경제 심판' 정부의 오심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이 지난 6일 막을 올리며 17일간의 열전에 들어갔다. 이번 올림픽에는 역대 최대 규모인 206개국 1만500여명의 선수가 출전해 28개 종목에서 서로 기량을 겨룬다. 스포츠가 아름다운 이유는 경기에 최선을 다해 준비한 자신의 기량을 남김없이 발휘하고 결과에 깨끗하게 승복하기 때문이다.

어떤 경기에서나 각자 최선을 다한 결과로 나온 승부는 선수들이나 선수들을 응원하는 사람들 모두 그 결과를 기꺼이 받아들인다. 그리고 다음 경기를 기약한다. 그러나 승부가 경기에 참가한 선수들의 기량이 아니라 심판 판정에 의해 결정될 때 사람들은 그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고 불만과 분노를 표출한다.

경기에서의 오심은 승부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오심은 심판의 단순한 실수에서 나올 수 있지만 의도적인 경우도 많다. 오심의 대표적인 사례는 지난 런던 올림픽 펜싱 경기에서의 ‘멈춰 버린 1초’ 사건이다. 신아람 선수가 독일의 브리타 하이네만과의 개인전 준결승에서 연장전 1초를 남기고 세 번의 공격을 막아냈으나 그 긴 시간 동안 ‘1초’는 줄어들지 않았고 네 번째 공격을 허용해 5-6으로 지고 말았다. 이번 올림픽에서는 이런 터무니없는 오심으로 얼룩진 경기가 없었으면 한다.

경기에서 심판의 역할은 원활하고 공정한 경기 운영이다. 경제에서는 원활하고 공정한 운영을 담당하는 심판 역할을 정부가 맡고 있다. 경제 활동의 원활하고 공정한 운영을 위해 정부가 할 일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재산권을 보호하는 일이다. 정부가 이런 역할을 하는 대신 자원을 임의로 배분할 경우 불만이 생기고 혼란이 초래된다.

오늘날 우리가 겪고 있는 수많은 갈등과 혼란의 근본적인 원인도 대체로 여기에 있다. 특정 기업이나 특정 산업에 대한 보조 및 보호, 무상복지, 정규직 과보호 조치 등에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갈등과 혼란을 겪고 있나.

정부가 임의적으로 자원을 배분하면 많은 사회적 혼란을 초래함에도 불구하고 왜 정부는 계속 이런 일을 하게 되는가. 그것은 시장을 통해서 얻는 이익은 널리 분산되는 반면 그 비용은 개인에게 집중되기 때문이다. 정부를 통한 이익은 개인 또는 소수의 집단에 집중되는 반면 그 비용은 널리 분산되기 때문이다.

시장에서 어떤 기업이 소비자를 만족시키지 못하고 경쟁에서 뒤떨어질 때 그 기업은 손실을 보고 결국 파산한다. 그것은 우리 사회의 제한된 자원이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되는 것이므로 경제 전체적으로 이익이다. 그 이익은 모든 사람들에게 돌아간다.

그러나 그 이익이 모든 사람에게 돌아가 분산되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 이익을 잘 인식하지 못한다.

반면 파산한 기업에 종사한 사람들은 고통을 받는다. 그 고통은 소수에게 집중돼 있기 때문에 쉽게 인식된다. 그 사람들은 정부에 자신들의 고통을 호소하며 자원 배분을 요구한다.

정부 정책에 의한 편익은 집중돼 있고 쉽게 관찰되지만, 그 비용은 널리 분산돼 있어 쉽게 무시된다. 예를 들어 어떤 법이 통과됨으로써 자신이 속한 집단이 많은 이익을 얻는다면 그에 속한 사람들은 그 법이 통과되도록 많은 노력을 한다. 그러나 그 법이 야기하는 비용이 사회적으로 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분산돼 각 개인이 치르는 비용은 적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 법이 제정되는 것에 관심조차 갖지 않는다. 이것이 특수 이익집단들이 많은 사람을 희생시켜 가면서 정부 정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내 자신들의 이익을 얻는 이유다.

우리는 스포츠에서의 잘못된 판정에는 쉽게 흥분하고 분노하면서 경제 활동의 심판인 정부의 잘못된 판정은 잘 인식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그것을 요청하는 경향도 있다. 한국이 자기 책임의 원칙이 지켜지고, 결과에 기꺼이 승복하는 그런 아름다운 사회가 됐으면 한다.

안재욱 < 경희대 교수·경제학 / 한국제도경제학회 회장 jwan@khu.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