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새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 도입으로 인한 보험사의 자본확충 부담을 줄여주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보험사 부채평가 방식을 ‘원가’에서 ‘시가’로 바꾸되, 장래이익에 대해선 보험금 지급여력 평가 때 자본으로 인정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9일 “재무회계상 장래이익도 부채로 인식하는 IFRS4 2단계를 2020년부터 예정대로 시행하되, 보험금 지급여력 평가를 위한 감독회계상 장래이익은 자본으로 인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험사의 자본확충 부담을 낮춰주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금감원, 보험사 자본확충 부담 덜어준다
이 관계자는 “투자자를 위한 새 재무회계 기준인 IFRS4 2단계와 지급여력 평가를 위한 감독회계 기준이 반드시 같아야 할 이유는 없다”며 “감독회계 기준은 정부가 따로 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20년 시행 예정인 IFRS4 2단계는 보험부채 평가방식을 원가 평가에서 시가 평가로 전환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과거 고금리 확정형 상품을 많이 팔았다가 최근 몇 년간 금리가 떨어지면서 상당한 규모의 손실계약을 보유한 보험업계로선 큰 부담이다. 시가 방식의 부채가 원가 방식의 부채보다 큰 손실계약은 부채를 증가시켜 가용자본 감소를 불러오기 때문이다.

보험사들은 IFRS4 2단계 도입에 따른 지급여력비율(RBC·요구자본 대비 가용자본) 급락과 이에 따른 엄청난 규모의 자본확충 부담을 우려해왔다. 보험연구원은 IFRS4 2단계가 엄격하게 시행되면 생명보험업계의 가용자본은 67조원에서 23조원으로, 손해보험업계는 22조원에서 20조원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추산했다.

이 경우 생명보험업계의 평균 RBC는 311%에서 83%로, 손해보험업계는 243%에서 182%로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보험업법은 보험회사가 RBC를 100% 이상으로 유지하도록 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유럽연합(EU)이 올해부터 시행한 보험사 지급여력 평가기준인 솔벤시Ⅱ를 참고해 새로운 RBC 산출 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다. 솔벤시Ⅱ는 보험사의 장래이익을 가용자본으로 인정하고 있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IFRS4 2단계를 시행하더라도 솔벤시Ⅱ 방식을 도입해 지급여력을 평가하면 생명보험업계 RBC 비율이 100~200%대까지만 떨어질 것으로 분석됐다. 자본확충 부담이 그만큼 줄어든다.

보험연구원 관계자는 “IFRS4 2단계 방식으로 지급여력을 평가하면 9개 생명보험회사, 3개 손해보험회사의 RBC 비율이 100% 밑으로 떨어진다”며 “솔벤시Ⅱ 방식으로 평가하면 대부분 보험사가 100~200%의 RBC 비율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위험에 대비한 금융당국의 보험사 유동성 평가는 강화될 것으로 보험업계는 보고 있다. 대형 생명보험사 관계자는 “장래이익만 자본으로 인정해도 자본확충 부담이 상당히 작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자본확충 계획을 시나리오별로 다시 수립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일규/윤희은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