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9일 전당대회에서 새 지도부를 선출함에 따라 당 대선주자들의 행보가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새 지도부는 총선 참패 후유증을 수습하고 내년 대선 준비 및 관리 뿐만 아니라 여러 주자들을 무대에 올려 경선 흥행의 장을 만드는 임무를 부여받았다. 그런 만큼 이제 대권 경쟁에 본격적으로 불이 붙을 것으로 관측된다.

김무성 전 대표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이미 전대 경선전에 직접 관여하면서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김 전 대표는 비박(비박근혜)계 후보 지지를 공언했으며 단일화 할 것을 종용했다. 또 비박계 단일 후보로 나선 주호영 의원을 공개적으로 지지했으며 물밑에서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달초부터 영·호남을 가로지르며 시작한 민생탐방을 내달까지 이어갈 예정이다. 지난 3일 광주에서 “(내게) 대통령이 될 자격이 있는가 고민하고 다니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의 측근은 “민생과 동서화합, 정치 혁신 등 김 전 대표가 추구하는 가치들을 실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오 전 시장도 이번 전대를 앞두고 비박 단일화를 위해 뛰었다. 막판 주 의원을 만나 지지 의사를 밝혔다. 정병국·김용태 등 주 의원과 단일화 한 비박계 의원들의 힘을 모으는 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시장은 총선 패배 충격을 딛고 전대 후 본격 대선 행보에 들어갈 예정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개혁적 보수 정권이 유지되도록 기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대선 출마를 시사한 바 있다. 그는 사무실 이름을 ‘共·生(공·생)연구소’라고 짓고 대선을 위한 ‘내공 쌓기’에 열중하고 있다.

유승민 의원은 최근 여러 언론 인터뷰에서 대권 도전에 대한 고민을 털어놨으며 전대를 앞두고 “개혁적 당권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그는 자신의 정책 체계를 다듬고, 대학 강연 등을 통해 이를 설파하는 방식을 통해 외연 확장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현역 지방자치단체장이어서 이번 전대 때 눈에 띄는 역할을 하지 못했지만 물밑에서 비박계 당권 주자를 지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지난달 29일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대선 출마 여부를 내년 초에 결정하겠다고 했으나 최근 특보단을 확충하면서 캠프 진용을 꾸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남 지사는 경기도에서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공유적 시장경제’ 등을 대선을 위한 정책적 발판으로 삼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공유적 시장경제란 경기도가 토지와 데이터 정보 마케팅 등 인프라를 ‘오픈 플랫폼’ 구축 등을 통해 깔아주고 중소기업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는 인터뷰에서 “공유적 시장경제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새 경제성장 모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당분간 도정에 전념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중앙정치에 대해서도 꾸준히 입장을 밝혀왔다. 그는 지난달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내년 대선에 출마할 것이냐는 질문에 “현직 도지사이기 때문에 도정에 전념한다는게 내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당(새누리당)과 정치권 자체가 워낙 시대적인 과제 및 나아가야 할 방향과 관련해 중구난방이기 때문에 (대선과 관련한)국가적 토론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고 했다. 또 “우리나라가 과거 산업화를 성공적으로 했고 그 이후 민주화가 되면서 권리도 신장됐지만 갈등구조도 많다. 미래산업과 통합정치를 국가의 지속가능한 모델로 삼아 선진국에 올라서도록 하기 위해선 막힌 곳을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선에 뜻이 있음을 간접적으로 밝힌 것이다. 그는 4차 산업혁명, 스마트 국가 등 미래 비전과 관련한 문제에 관심을 두고 공부를 하고 있다. 언제든 대선전에 뛰어들 채비를 갖추고 있는 것이다.

여러 차례 대권 도전 의사를 밝힌 정우택 의원은 최근 여의도의 한 건물에 사무실을 얻어 이곳을 대선 캠프로 활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권 대선후보 지지율 선두를 달리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뚜렷한 움직임은 없다. 올해 말 임기 종료를 전후해 국내 정치의 문을 두드릴 가능성이 높다. 친박(친박근혜)계와 충청권 의원을 중심으로 ‘반기문 대망론’을 펴고 있다. 때문에 새누리당 대권 경쟁은 친박의 반기문 총장과 비박의 여러 후보간 대결구도로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

홍영식 선임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