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아침] 고갱 '우리는 어디에서 왔으며…'
프랑스 후기인상주의 화가 폴 고갱(1848~1903)은 1895년 6월 파리를 떠나 9월 초에 타히티의 파페에테에 도착한다. 하지만 골절상의 후유증과 젊은 시절 걸린 매독의 재발, 딸의 죽음으로 괴로운 나날을 보낸다. 결국 자살을 결심한 그는 죽기 전 마지막으로 대작을 남기겠다고 작정한다. 건강 악화와 생활고에도 불구하고 한 달간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열정적으로 작품에 몰두했다. 1897년 ‘우리는 어디서 왔으며, 무엇이며, 어디로 가는가’는 이렇게 태어났다.

그림 제목답지 않게 길고 철학적인 이 문구를 통해 고갱은 생명의 기원, 성장, 소멸을 말하고자 했다. 타히티섬을 배경으로 오른쪽 화면에 세 명의 여인과 어린애를 그려 생명의 탄생을 알린다. 가운데에는 과일을 따고 있는 인물을 수놓아 열정적인 삶을, 왼쪽 끝에는 노인을 그려 곧 다가올 죽음을 은유했다. 고갱은 화면에 수놓은 세부 요소들은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전통 회화(인상주의)의 틀에서 벗어나 생각하는 것을 주관적 감정으로 화폭에 풀어내려는 거장의 창조적 에너지를 엿볼 수 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