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규 흥국F&B 생산본부장(오른쪽)이 고로쇠 수액 제품 생산공정을 점검하고 있다. 이민하 기자
이창규 흥국F&B 생산본부장(오른쪽)이 고로쇠 수액 제품 생산공정을 점검하고 있다. 이민하 기자
“어? 물맛이 독특하네. 이거 무슨 음료수예요?” 서울 구로동에 사는 권지연 씨(30)는 인근 대형마트에서 고로쇠 수액을 처음 맛봤다. 고속도로 휴게소나 음식점에서 2L 생수통에 담아 파는 것을 보긴 했지만 생소해서 지금껏 구매한 적이 없었다. 대형마트에서 판매 중인 고로쇠 수액은 흥국F&B의 자체 브랜드 상품이다.

흥국F&B는 음료분야 제조업자개발생산(ODM) 1위 업체다. 스타벅스와 망고식스, 이디야 등 대형 외식업체 등에 250여종의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최근 고로쇠 수액 등 통합 음료 브랜드 ‘수가’를 개발하고 소비자들에게 자체 상품 판매에 나섰다. 생산 능력도 두 배로 늘렸다.

◆HACCP·FSSC·ISO 인증

흥국F&B "자체 브랜드 '수가'로 전문식품기업 도약"
이창규 흥국F&B 생산본부장은 8일 충북 음성군 생산공장에서 “모든 제품은 국내외 식품안전기준 인증을 받은 최고 수준의 시설에서 만들어진다”고 강조했다.

생산동과 자재·제품 창고동은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HACCP), 국제 식품안전시스템인증(FSSC 22000), 국제품질경영시스템기준(ISO 9001)을 모두 통과했다. 90여명이 근무하는 총 10개 생산라인에서는 250여종의 제품이 생산된다. 제품 종류가 많기 때문에 2개 라인은 수작업 인력이 투입된다. 하루 생산능력은 매출 기준 2억원 수준이다. 공장은 30도를 웃도는 폭염 속에서도 항상 15도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

음료업계에선 유명하지만 그동안 자체 브랜드가 없어 소비자에겐 잘 알려지지 않았다. 자체 브랜드 출시를 맞아 다음달부터는 일반인과 투자자를 대상으로 공장견학 코스를 운영할 계획이다.

◆초고압처리 살균 기술 고집

음료 ODM 1위의 경쟁력은 초고압처리(HPP) 살균 기술이다. 경쟁사들이 값싸고 관리가 편한 열처리 방식을 선택할 때 흥국F&B는 이 살균 방식을 고집했다. 프리미엄급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서였다. 초고압처리는 식품에 4000~6000기압(Bar)을 가해 미생물을 없애는 방식이다. 수심 6만m에서 가해지는 수압 수준이다. 영양성분과 맛, 향에 거의 변화를 주지 않는다. 유통기한도 한 달 이상으로 늘릴 수 있다.

공장에서는 총 2대의 초고압처리 기기를 가동하고 있다. 음료가 들어있는 완제품을 물이 담긴 통에 넣은 채로 일정 시간 동안 압력을 가한다. 음료 종류에 따라 달라지는 작업 시간과 수압은 1급 기밀이다.

◆B2C 음료시장 도전장

흥국F&B는 최근 식음료 통합 브랜드 ‘수가’를 내놨다. 처음으로 출시한 제품은 고로쇠 수액이다. 그동안 다른 식음료업체는 변질되기 쉬운 수액의 특성 때문에 상품화를 시도하지 못한 제품이다. 초고압처리 기술로 고로쇠 수액의 유통기한을 28일로 늘렸다. 수액 채취 시기가 짧기 때문에 확보한 생산물량은 90t 수준이다.

고로쇠 수액은 중장년층 소비자에게 친숙한 음료다. 20~30대 소비자층은 과일과 채소를 짜낸 착즙 주스인 ‘클렌즈미’로 겨냥했다. 젊은 층에 ‘해독주스’ 음료가 각광받고 있는 데 주목했다.

커피 유통사업에도 진출했다. 흥국F&B는 카페 전문 쇼핑몰 씨엔티플라넷을 인수하기 위해 주식 양수·양도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이날 발표했다. 인수 대금은 110억원이다. 씨엔티플라넷은 온라인 커피 포털 2위 사업자로 카페에서 사용하는 집기를 비롯해 커피 원두, 베이커리 등을 판매하는 사이트를 운영한다.

음성=이민하 기자 mina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