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최경환·오세훈·김부겸·김성식…'랑야방'에 빠져든 잠룡과 책사들
소설 《랑야방》(마시멜로·전 3권)이 정치권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랑야방》은 황제 자리를 놓고 벌어지는 치열한 암투와 복수를 그린 중국 무협정치소설이다.

새누리당에서 김무성 전 대표와 최경환 의원, 정진석 원내대표, 김광림 정책위원회 의장, 원유철 전 원내대표 등이, 더불어민주당에선 문희상 의원, 김부겸 의원 등이, 국민의당에선 안철수 전 대표와 김성식 정책위 의장 등이 여름철 독서목록에 《랑야방》을 올려놓았다. 대선 잠룡으로 꼽히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일부 광역단체장들도 《랑야방》을 읽었거나 읽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서 ‘권력의 기록’이라는 부제가 붙은 《랑야방》이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소설 내용이 내년 대선을 앞두고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주인공인 매장소가 역적 누명을 쓴 뒤 몰락한 아버지의 복수를 하는 과정을 밀도 있게 그렸다. 천하제일 ‘재야 책사’로 불리는 그는 막강한 조직과 힘을 가진 태자와 예왕을 물리치고 세력이 전혀 없던 자신의 친구 정왕을 황제에 올리기 위해 ‘마스터 플랜’을 짜고, 치밀하게 실천한다. 요즘으로 치면 ‘킹메이커’ 역할로, 이 과정에서 허를 찌르는 각종 전략이 정교하게 펼쳐진다는 데 우리 정치권은 주목한다.

문희상 더민주 의원은 8일 “《랑야방》을 틈틈이 즐겨 읽고 있다”며 “몇 수 앞을 내다보면서 모든 변수까지 고려하고 각각의 대응 방안까지 미리 마련해 둔 매장소의 정교한 전략 구사는 대선주자와 참모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새누리당의 한 대선 주자는 “매장소가 목적 달성을 위해 친구도 버리는 냉혹함을 보여주고 권모술수들을 동원한다는 점에서 모사꾼 냄새도 물씬 풍기지만, 평정심을 잃지 않고 감정에 휩쓸리지 않으면서 냉철한 이성을 통해 한발 한발 목적에 다가가는 과정은 선거를 치르는 정치인이 교훈으로 삼을 만하다”고 했다. 모사꾼에 머물지 않고 자신의 정치적 이상을 정왕을 통해 실현한다는 점에서 단순한 복수극을 넘어서는 의미가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킹’을 좌지우지하다시피 하면서도 그를 보호하기 위해 궂은 일은 도맡아 하고 책임지는 헌신적인 책사의 전형을 보여준다는 게 정치권의 평가다.

홍영식 선임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