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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세 일왕 "체력 한계왔다"…생전 퇴위 공식화

입력 2016-08-08 18:55:43 | 수정 2016-08-08 23:52:31 | 지면정보 2016-08-09 A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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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히토, 영상메시지로 발표

"두 차례 수술 이후 쇠약해져"…200년만에 왕세자에 생전 양위

황실 규정에 관련 절차 없어…퇴위 후 전범 개정에 2~3년 소요
아베 '군국주의 개헌'과 일정 겹쳐…임기 내 개헌 추진 어려울수도
아키히토 일왕이 살아 있는 동안 왕위를 물려주겠다고 발표하는 모습이 8일 도쿄 신주쿠역 앞 건물에 설치된 대형 전광판으로 중계되고 있다. 도쿄AP연합뉴스기사 이미지 보기

아키히토 일왕이 살아 있는 동안 왕위를 물려주겠다고 발표하는 모습이 8일 도쿄 신주쿠역 앞 건물에 설치된 대형 전광판으로 중계되고 있다. 도쿄AP연합뉴스


아키히토(明仁) 일왕이 8일 살아 있는 동안 왕세자에게 왕위를 물려주고 싶다는 의사를 담은 영상메시지를 발표했다.

아키히토 일왕은 이날 왕실 업무를 담당하는 궁내청 홈페이지와 NHK 등 주요 방송사를 통해 공개된 동영상에서 “점점 신체가 쇠약해져 몸과 마음을 다해 헌법에 정해진 (국가의) ‘상징’으로서의 책무를 수행하는 것이 어려워지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생전 퇴위 의향을 우회적으로 나타냈다.

올해 82세인 아키히토 일왕은 자신이 수년 전 두 번의 큰 수술을 받았고, 이미 80세가 넘었다는 점을 거론하면서 “종래처럼 무거운 책무를 수행하는 것이 곤란해질 때 어떻게 처신할지 생각해왔다”며 이같이 말했다.

아키히토 일왕이 왕위를 양위하면 약 200년 만에 생전 퇴위가 이뤄진다. 일왕이 살아 있는 동안 물러난 것은 에도(江戶)시대 후반기인 1817년 고가쿠(光格) 일왕(1780~1817년 재위)이 마지막이었다.

◆일본 정부, 후속 대응 불가피

아베 신조(安倍普三) 총리는 아키히토 일왕의 메시지에 대해 “국민을 향해 발언한 것을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아키히토 일왕의 양위 의사를 존중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일본 정부는 일왕의 생전 퇴위를 포함한 왕위 계승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1947년 제정된 왕실 관련 법률인 ‘황실전범(皇室典範)’에는 일왕이 종신 재위를 하는 것으로 돼 있을 뿐 퇴위 등에 대해 특별한 규정이 없다. 제4조에 일왕 별세 때 왕세자가 곧바로 즉위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황실전범을 개정하거나 황실전범은 손대지 않되 아키히토 일왕에 대해서만 조기 퇴위를 인정하는 특별법을 제정하는 등 여러 가지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일본 언론은 전범을 개정하려면 2~3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일왕이 퇴위하면 이후 신분, 처우, 칭호 등을 어떻게 할지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또 퇴위에 필요한 논의 과정에서 여성 일왕을 인정할지도 주목된다. 계승 1순위인 나루히토 왕세자(56)가 아들이 없기 때문이다.

아키히토 일왕은 1989년 쇼와 일왕이 별세한 뒤 즉위해 연호 헤이세이(平成) 시대를 열었다. 1933년 12월 쇼와 일왕의 장남으로 태어나 11세에 일본 패전을 지켜본 뒤 전후 부흥기에 청춘시절을 보냈다. 25세 때인 1959년 미치코 왕비와 결혼해 세 자녀를 낳았고, 전쟁 패전에 대한 반성 및 기억 등으로 강한 평화주의 신념을 갖고 실천해왔다. 이 때문에 국수주의 세력과의 물밑 갈등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아베 내각 개헌 추진에 영향 줄 수도

황실전범 개정 논의가 본격화하면 아베 총리가 오는 9월 임시국회 때 시작하려는 헌법개정 논의와 일정이 겹쳐 아베의 개헌 로드맵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일왕은 헌법상 정치 개입을 할 수 없다. 현행 황실전범 개정 등의 직접적인 작업은 국민과의 논의를 거쳐 아베 내각이 추진해야 한다.

일각에선 아베 총리 임기 내에 개헌을 추진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와 관련, 요미우리신문은 “정부 내에서 시간이 오래 걸리는 황실전범을 개정하는 대신 아키히토 일왕에만 적용되는 특별법을 제정하는 방안이 떠오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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