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상반기 홈쇼핑업체들은 혹독한 시기를 보냈다. 4월에 홈쇼핑 히트 상품 중 하나인 건강기능식품 ‘백수오’에 이엽우피소가 혼입됐다는 이른바 ‘가짜 백수오 파동’이 일어나면서 대규모 환불 사태를 겪었기 때문이다. 주요 업체의 매출과 이익이 일제히 감소했다. 홈쇼핑업체들은 “백수오 사태만 정리되면 다시 순조롭게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자신했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에도 홈쇼핑업체들의 성적표는 초라하다. 1~3위를 달리던 CJ, GS, 롯데홈쇼핑의 매출은 작년보다 줄었다.
TV홈쇼핑 성장 정점?…CJ·GS 매출 동반하락
◆매출 동시에 감소한 ‘양강’

홈쇼핑업계 선두를 다투는 GS홈쇼핑과 CJ오쇼핑의 올 상반기 매출은 동반 감소했다. CJ오쇼핑은 작년 상반기(5704억원)보다 6.2% 감소한 5351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GS홈쇼핑은 1.1% 줄어든 533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GS홈쇼핑 관계자는 “전반적인 경기 침체로 인해 매출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치열한 경쟁을 펼치며 함께 성장을 이어가던 두 회사의 반기 매출은 작년 하반기부터 꺾이기 시작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홈쇼핑업계를 이끄는 두 회사 매출이 동반 부진에 빠진 것은 모바일쇼핑 급성장 등에 따른 TV홈쇼핑업계의 전반적인 위기 상황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롯데홈쇼핑도 매출이 지난해 상반기 4380억원에서 올해 4310억원으로 감소했다.

반면 현대홈쇼핑과 NS홈쇼핑은 각각 9.8%, 7.5% 성장했다. 현대홈쇼핑의 성장은 고급 패션 상품들이 이끌었다. 홈쇼핑업계 관계자는 “GS와 CJ가 일찌감치 패션부문을 강화해 매출을 늘린 것과 달리 현대홈쇼핑은 올해부터 이 분야를 강화하고 있다”며 “패션상품은 단가가 높고 TV쇼핑에서 인기가 높아 이 부분에서 성장 여지가 있는 현대홈쇼핑의 매출은 당분간 증가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홈쇼핑만의 매력 없다

GS홈쇼핑과 CJ오쇼핑의 매출이 감소한 것은 다른 유통채널과 차별화가 가능했던 ‘TV쇼핑’ 부문의 부진 때문이다. 쇼핑호스트들이 화려한 말솜씨로 소비자와 공감대를 형성하고, 다양한 시연을 통해 직접 제품을 사용해본 듯한 느낌을 주는 한국형 TV쇼핑은 지난 20년간 홈쇼핑 채널이 급성장한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꼽혀왔다.

하지만 올해 2분기 GS홈쇼핑의 TV쇼핑 부문 거래액은 446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1% 감소했다. CJ오쇼핑은 같은 기간 거래액이 4.2% 줄어 4131억원을 기록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수수료를 매출로 잡는 업계 특성상 판매가의 40%에 가까운 수수료를 받을 수 있는 TV쇼핑 부문의 부진이 전체 매출 감소의 결정적인 원인이 됐다”고 말했다. 모바일 쇼핑이 급성장하면서 치열한 경쟁에 노출됐다는 점도 홈쇼핑업계의 어려움으로 꼽힌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홈쇼핑사들은 그동안 5~6개 회사만 있는 과점시장에서 경쟁했지만 모바일 쇼핑 시대가 열리면서 대형마트, 온라인몰, 소셜커머스 등과 경쟁하게 됐다”며 “대부분 홈쇼핑사가 모바일 부문을 강화하고 있지만 쿠팡, 11번가, G마켓 등 기존 강자들을 따라갈 수 있을 정도는 아니다”고 평가했다.

◆“수익성 개선돼 이익은 늘어”

홈쇼핑업체들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크게 증가했다. CJ오쇼핑은 올 상반기 68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작년 같은 기간 553억원보다 24.1%나 많다.

강철구 CJ오쇼핑 상무는 “수익성 강화를 위해 사업체질을 개선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GS홈쇼핑도 올 상반기 8.3% 증가한 594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하지만 백수오 사태 이전인 2014년 상반기 수준을 회복하지는 못했다.

GS홈쇼핑은 총 거래 규모인 취급액이 늘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GS홈쇼핑 관계자는 “매출은 줄었지만 총 거래 규모는 증가해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