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양궁대표팀 장혜진, 최미선, 기보배. ⓒ gettyimages/이매진스
여자 양궁대표팀 장혜진, 최미선, 기보배. ⓒ gettyimages/이매진스
”하루에 500발 이상 쏜다고 하는데,몇시간이나 연습하나?“

“팔뚝에 뱀을 감고 훈련했다고 들었다.진짜인가?”

한국 여자 대표팀이 세계 양궁 역사상 첫 올림픽 8연패의 위업을 달성한 7일 브라질 리우 삼보드로모 양궁 경기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외신들은 한국팀에 질문을 쏟아냈다. 이들의 궁금함은 강한 바람을 뚫어낸 ‘비결’에 집중됐다.

한 호주기자는 “집중력을 강화하기 위해 팔과 목에 뱀을 두르고 연습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게 도움이 되는가”라며 멘탈 훈련방법을 캐물었다. 2010년 대표팀 막내였던 기보배(28·광주시청)가 “뱀을 목에 두르는 담력훈련을 했다”는 말을 했다는 중국 언론의 보도를 끄집어 낸 것이다.

당시 한국팀은 2차 슛오프(팀당 3발씩 쏴 승부를 가리는 승자 결정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홈팀인 중국을 극적으로 누르고 단체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중국 언론은“뱀 훈련에서 집중력을 기른 한국에 졌다”며 “한국을 배워야 한다”고 대서특필했다.

하지만 기보배 등 한국팀은 “사실이 아니다”고 한마디로 일축했다. 야구장이나 경정장, 제주도 서귀포 등 집중을 방해하는 다양한 방해환경에서 연습은 하지만 그런 훈련을 한적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장혜진(29·LH)은 “연습만이 아니다.훌륭한 지도자 밑에서 초등학교 때부터 과학적인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기초 기술을 철저하게 배우는 게 도움이 된 것 같다”고 강조했다.

중국기자는 “사람은 누구나 실수하기 마련인데 한국 양궁은 흔들리지 않는다. 하루 몇시간씩 연습하길래 그런 안정적 실력을 유지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기보배가 “아침일찍 나와 저녁 10시까지 연습한 적도 있다”고 하자 이 기자는 엄지를 치켜들었다.

바람을 이겨낸 비결은 모의 훈련이다. 기보배는 “국내에 경기에서 바람이 많은 곳에서 경기를 치른 게 도움이 많이 됐다”며 “8강보다 결승때 바람이 많이 불어 당황스럽기는 했지만 선수들이 다 자기 몫을 해줬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금메달을 깨물었을 때의 맛은 어땠느냐는 질문도 나왔다. 선수들의 재치가 돋보였다.

기보배는 ‘엄마가 끓여주는 김치찌개 맛’이라고 했고, 장혜진은 ‘무지개빛 솜사탕’이라고 했다. 반면 최미선은 “아직도 배가 고프다”고 말해 추가 메달 의욕을 내비쳤다.

[이관우 기자의 여기는 리우!] 뱀 두르고 연습하나요?


리우데자네이루=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