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7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영국 케임브리지대가 미국 실리콘밸리를 추격하는 첨단산업 ‘메카’로 떠오르고 있다.

세계 스마트폰 반도체칩 설계시장의 95%를 석권한 ARM을 비롯해 바둑 고수 이세돌 9단을 격파한 알파고 프로그램 제작회사 딥마인드 등 세계적 정보기술(IT) 업체를 키워낸 모태로 자리매김하면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09년 설립된 케임브리지대가 현대 기술의 허브로 일자리와 자금을 빨아들이고 있다”며 “실리콘밸리의 주거비와 생활비 급등 문제까지 닮아갈 만큼 북적거린다”고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ARM은 일본의 통신 대기업 소프트뱅크가 지난달 320억달러에 인수했고, 세계 최대 인터넷기업 구글은 2014년 인공지능(AI) 전문기업 딥마인드를 4억달러에 사들이는 등 케임브리지대는 IT업계의 ‘러브콜’을 한몸에 받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다우존스벤처소스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실리콘 펜’으로 불리는 케임브리지대 인근의 산합협동 클러스터(기업·연구소 집합단지)에는 3억1700억달러(약 3520억원)의 벤처투자금이 몰렸다. 올 들어 투자계약을 맺은 사업은 54건에 이른다. 물론 미국 스탠퍼드대를 중심으로 하는 샌프란시스코 인근 실리콘밸리의 90억달러(563건)에는 아직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WSJ는 케임브리지대를 영국 기술산업의 자랑으로 평가하기에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5만7000여명이 1500여개 기업에서 170억달러의 매출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케임브리지대의 부상이 마냥 반가운 것만은 아니다. 영국 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 케임브리지대 인근 주택 중간값은 47만6633달러로 5년 전(24만5000달러)보다 47% 급등했다.

WSJ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도 케임브리지대 성장에 큰 변수”라며 “이동의 자유가 줄어들면서 유럽인의 영국 유입이 제한되는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될지, 파운드화 약세로 외국인에게 더욱 매력적인 요인이 될지 지켜봐야 한다”고 전망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