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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상조회사 직권조사] 상조 납입금 떼먹고 '야반도주'…상 당하자 "돈 더 내라" 딴소리

입력 2016-08-07 19:05:14 | 수정 2016-08-08 13:10:06 | 지면정보 2016-08-08 A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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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두번 울리는 상조업체…매년 1만여건 피해

폐업하고 '나몰라라'
업체 난립해 출혈경쟁 심화
횡령 등으로 부실…잇단 폐업

'회비 50% 예치' 안하고 먹튀
고객들은 돈 받을 길 '막막'

국민상조도 지난달 문 닫아
전현직 경찰 등 줄줄이 피해

노인 타깃 '상조 떴다방' 까지
일시불 계약 등 법 맹점 악용도
부산에 사는 퇴직 경찰 이모씨(59)는 2010년 11월 아흔 살 모친을 위해 국민상조에 가입했다. 국민상조는 월 4만원씩 130개월(520만원)을 내면 솔송나무관, 대마 함량 95% 최고급 수의, 도우미 등을 책임질 것이라고 했다. 대한민국재향경우회(퇴직 경찰 단체)와 양해각서(MOU)를 맺은 업체로 유명 연예인을 모델로 기용할 정도로 우량한 회사라고도 했다. 이씨는 지난 6월까지 68개월 동안 총 272만원을 납입했다.

국민상조는 지난달 5일 돌연 폐업했다. 홈페이지는 폐쇄됐고 사장의 소재는 파악되지 않는 상태다. 이씨가 최대로 돌려받을 수 있는 돈은 272만원의 50%인 136만원. 이마저도 국민상조가 은행이나 상조공제조합에 회원이 낸 회비의 50%를 충실히 예치했다는 가정하에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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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반도주’ 작정…회비 예치 안 해

상조업체는 미래에 쓸 돈을 회비로 받아 현재에 당겨 쓴다는 점에서 보험회사와 비슷하다. 서비스 불이행을 막기 위해 재무구조를 건실하게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업체가 난립하면서 가입자 유치를 위해 출혈 경쟁이 벌어졌다.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비용이 늘면서 재무구조가 악화된 업체는 속속 폐업의 길을 걸었다. 가입자 회비만 챙기고 야반도주하는 사기꾼도 늘었다.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상조 피해 사례는 매년 1만여건에 달한다.

가장 흔한 피해 사례는 갑작스러운 폐업으로 납입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것이다. 올 들어 18개 상조업체가 폐업하거나 등록 취소됐다. 할부거래법은 폐업으로 인한 가입자 피해를 줄이기 위해 상조업체가 납입금의 50%를 은행이나 공제조합에 예치하도록 하고 있다. 폐업 업체가 이를 지켰다면 그래도 납입금의 절반은 건질 수 있다. 상조업자가 야반도주를 작정하고 예치하지 않은 경우 납입금을 몽땅 날리게 된다.

박모씨(56)가 대표적인 피해자다. 2012년 1월 E업체의 360만원(월 3만원씩 120회 납입)짜리 상조 상품 2계좌에 가입했다. 최근 B업체가 등록 취소된 사실을 알게 됐다. 박씨는 예치은행인 C은행에 폐업 환급금 지급을 요청했다. 그러나 C은행은 B업체 예치명단에서 박씨의 이름을 찾을 수 없었다. B업체가 돈을 떼먹을 목적으로 일부러 누락한 것이다.

◆“최고급 수의 쓰니 돈 더 내라”

상조 업체가 추가 부담금을 요구하는 사례도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명백한 불법이지만 상을 치러야 하는 상황에서 가입자는 울며 겨자 먹기로 상조 업체의 요구를 들어주고 있다.

권모씨(61)는 F업체의 300만원(월 5만원)짜리 상조 상품에 가입하고 월 납입금을 내던 중 G업체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F업체가 부도가 나서 자신들이 모든 의무와 권리를 일괄 인수했다고 했다. 남은 납입금을 완납하면 차질 없이 상조 서비스를 이행하겠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권씨는 이를 받아들였다. 작년 12월 부친상을 당한 권씨는 G업체에 상조 서비스를 요구했다. G업체는 180만원을 추가로 달라고 했다. F업체와 달리 오동나무관이 아니라 향나무관을 쓰고 수의도 최상급을 제공한다는 이유에서다. 경황이 없던 권씨는 어쩔 수 없이 G업체의 요구를 들어줬다.

◆수의 계약을 상조 계약으로 속여

유사 상조 서비스를 정식 상조 서비스인 것처럼 속여 판매하는 업체도 등장했다. 자식의 장례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상조에 가입하는 노인이 주 타깃이다. 주로 수의를 일시금으로 판매하는 계약을 체결하면서 상조 서비스라고 속이는 사례가 많다. 2개월 이상의 기간 동안 2회에 나눠 돈을 지급하는 계약만 할부거래법 적용을 받는다는 맹점을 파고든 것이다.

강모씨(40)의 부친은 2006년 10월 이른바 ‘상조 떴다방’에서 E업체의 상조 상품에 가입하고 일시금으로 160만원을 냈다. 2015년 강씨가 계약을 해지하려고 연락하니 E업체는 “보관 중인 수의를 보내줄 수 있지만 환급은 안 된다”고 버텼다.

정보에 어두운 노인들을 이용하는 사례는 또 있다. 일정 회차 납입 전 계약을 해지하면 환급금을 돌려주지 않아도 되는 규정을 악용하는 것이다. 70대 노인 황모씨는 ‘가입하면 전기밥솥을 준다’는 광고에 혹해 상조에 10만원을 내고 가입했다. 밥솥은 사용할 수 없는 제품이었다. 불만을 제기하자 상조업체는 해약을 유도했다. 황씨는 해약했지만 환급금은 받지 못했다.

◆과거 회비에 대해선 ‘모르쇠’

경영난을 겪는 상조업체가 다른 업체에 회원을 넘기는 계약이전과 관련한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개정 할부거래법이 시행된 2016년 1월25일 이전에 완료된 상조업체 간 계약이전의 경우 인수업체는 ‘가입자가 인도업체에 낸 회비’에 대해 책임을 질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2008년 10월 C상조에 가입한 이모씨(48)도 계약이전 관련 불분명한 책임 소재 때문에 피해를 봤다. 이씨는 매월 3만원씩 자동이체 방식으로 회비를 납부하던 중 지난해 말 계약이 D상조로 이관된 걸 알게 됐다. 이씨는 D상조에 해약과 환급을 요구했다. D상조는 이전 상조회사에 낸 돈에 대해서는 책임이 없다며 환급을 거부하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소급적용이 안 되기 때문에 과거 계약에 대해 피해 구제가 쉽지 않다”고 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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