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중국, 사드 배치로 '한국 제품 무역보복' 나서나
사드(고(高)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중국 정부가 한국 제품에 대해 본격적으로 무역보복 조치에 나설 것인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2000년 마늘 파동으로 한 차례 ‘낙인 효과(stigma effect: 안 좋은 추억)’를 겪은 국내 기업인을 중심으로 이에 대한 우려가 의외로 큰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 11월 중국은 어렵게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했다. WTO는 정치 군사 등 다른 목적과 무역 간 연계를 못하도록 한 것이 기본정신이다. 특정국에도 ‘상호주의원칙’을 들어 금지했다. 특정국에만 허용하면 ‘스파게티볼 효과(삶은 국수를 사발에 넣으면 얽히고설키는 현상)’로 공정한 교역질서가 흐트러지기 때문이다.

한국은 중국의 첫 번째 교역 파트너다. 중국 내 수입점유율만 보더라도 11%가 넘는다. 한국 기업의 중국 진출도 많이 이뤄져 무역 구조가 ‘기업 간(inter)’보다 ‘기업 내 무역(intra firm trade)’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섣불리 무역보복에 나서면 부과국인 중국의 피해가 의외로 클 수 있다는 의미다.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중국, 사드 배치로 '한국 제품 무역보복' 나서나
비슷한 맥락에서 주력 교역제품이 최종재냐, 소재 부품이냐에 따라 무역보복 효과가 크게 차이 난다.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 이후 대(對)일본 무역수지는 만성적인 적자 구조에서 단 한 차례도 벗어난 적이 없다. 소재 부품 의존도가 높았기 때문이다. 가공 단계별 무역구조에서 중국과의 거래 내역을 보면 소재 부품 비중이 예상외로 높다.

중국처럼 사회주의국가의 성장 경로를 보면 초기에는 노동, 자본 등 생산요소의 양만 단순히 늘려 성장하는 ‘외연적 단계’를 거친다. 이 단계에서 ‘루이스 전환점(농촌에서 노동공급이 중단돼 임금이 급등하는 시기)’과 같은 한계에 부딪히면 그 이후에는 생산요소의 효율성을 중시해 성장하는 ‘내연적 단계’로 넘어가는 것이 전형적인 경로다.

대부분 사회주의 국가는 이 경로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자산(특히 부동산) 거품, 물가 앙등 같은 심각한 성장통을 겪는다. 중국도 이런 후유증을 걷어낼 목적으로 1차로 2004년 하반기부터 1년6개월간, 2차로 2010년부터 긴축정책을 추진해왔다. 특히 중국 정부는 물가를 잡는 데 주력해왔는데 이는 다른 사회주의 국가와의 차이점이다.

하지만 긴축정책의 주요 수단으로 삼던 금리 인상이 대내외 여건이 따르지 않아 실패했다. 1차 긴축기에는 의욕적으로 단행한 금리 인상이 때맞춰 불어닥친 증시 호황으로 국내여신을 잡는 데 한계가 있었다. 2차 긴축기에는 미국 등 선진국이 금리를 대폭 내리자 중국과의 금리 차를 노린 핫머니가 대거 유입돼 부동산 거품이 더 심하게 발생했다.

당초 계획보다 길어진 긴축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금리인상→핫머니 유입→통화팽창→부동산 거품·물가 앙등→추가 금리인상’ 간 나선형 악순환 고리가 형성됐다. 이 때문에 금리 인상폭도 커져 실물경기까지 둔화하기 시작했다. 작년 3분기 이후 성장률이 7% 밑으로 떨어졌다.

이때 추가로 긴축을 단행하면 곧바로 경기순환상 ‘경착륙’에 빠질 위험이 높다. 중국 정부는 긴축정책을 추진해 자산거품과 인플레를 걷어내고 성장률(비행기)을 잠재수준(활주로)으로 착륙시켜 경제주체(승객)를 안심시키겠다는 것이 목적이었다. 시진핑 정부 출범 이후 이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워지자 ‘글로벌 전략과 위안화 국제화 과제’에서 찾고 있다.

중국 정부가 사드 배치 이유만으로 한국 제품에 대해 직접적인 무역보복 조치를 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무역보복에 나선다 해도 WTO 내 분쟁해결기구(DSB)를 통해 시정이 가능하다. 자본통제라면 공공베이스는 ‘파리클럽’, 상업베이스는 ‘런던클럽’을 통해 조율해나갈 수 있다.

상품과 서비스, 자본, 사람 등 4대 자유화 분야 중 국제규범 통제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곳은 ‘달라이라마 효과’가 우려된다. 달라이라마 효과란 특정국 지도자가 달라이라마를 만나면 대중국 수출이 감소하는 현상을 말한다. 중국과의 경우 사람과 서비스 이동 분야가 해당한다. 사드 배치 결정 이후 상용비자 제한과 한류행사 중단조치가 대표적인 예다. 상품 분야에서도 위생검역 등과 같은 비관세장벽 또는 기술요건을 강화해 간접적으로 규제할 수 있다.

사드 배치로 우려되는 무역보복 조치는 ‘감정’ 등과 같은 비경제적 요인에 의해 ‘확대’ 혹은 ‘축소’될 수 있다. 인민일보 등 중국 언론의 사드 관련 기사 중 80% 이상이 ‘전문가’라 칭하는 한국 사람의 기고와 한국에서 형성된 추측성 여론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 한국무역협회 등 현지 주재원의 지적이다. ‘국익’을 생각해 모두가 냉정을 되찾아야 할 때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