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5일 대우조선해양 최고재무책임자인 김열중 부사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대우조선해양 서울 본사. 연합뉴스
검찰이 5일 대우조선해양 최고재무책임자인 김열중 부사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대우조선해양 서울 본사. 연합뉴스
남상태·고재호 사장 등 전임 경영진의 비리를 청산하겠다던 대우조선해양 경영진이 올해 초 1200억원대 영업손실을 축소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규모 분식회계를 외부에 알리며 ‘과거와의 단절’을 내세웠던 현 경영진까지 ‘회계사기’를 벌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대우조선 비리를 수사 중인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5일 김열중 대우조선 최고재무책임자(CFO·부사장)를 피의자 신분으로 전격 소환 조사했다. 올해 1~3월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작성하면서 1200억원의 영업손실을 축소 조작(자본시장법·외부감사법 위반)해 공시한 혐의다. 검찰 관계자는 “남상태·고재호 전 사장 수사를 위해 지난해 회계자료를 분석하던 중 올해 초 1200억원이 고의로 축소된 증거를 확보했다”며 “대우조선 실무자들도 이를 인정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대우조선 현 경영진이 자본잠식률 50% 초과에 따른 관리종목 지정을 피하고 채권단의 추가 지원을 받기 위해 영업손실을 축소한 것으로 보고 있다. 손실 누적으로 자본의 절반 이상이 깎여 나가면(자본잠식률 50% 이상) 한국거래소로부터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관리종목이 되면 상장폐지 가능성이 커지고 채권단은 해당 대출채권에 대한 대손충당금을 추가로 쌓아야 한다. 외부로부터 자금을 수혈받기가 어려워지는 것이다.

이번 영업손실 축소는 전임 사장들의 비리 구조를 청산하겠다고 한 현 경영진이 벌인 추가 조작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정성립 사장 취임 이후 현 경영진은 전임 경영진 시절 은폐된 5조5000여억원의 적자를 재무제표에 반영하고 정정공시했다. 감사보고서를 작성해 검찰에 진정서를 제출했고 수사에도 협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지난해 10월 청와대 서별관회의 등을 통해 대우조선에 4조2000억원의 ‘혈세’를 추가 지원하기로 했다. 이 중 3조2000억원은 집행이 끝났다. 하지만 현 경영진마저 회계 조작을 한 정황이 검찰에 포착되면서 대우조선은 다시 한 번 여론의 뭇매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정 사장에 대한 소환조사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혈세 투입 이후인 올해 1~3월 벌어진 이번 조작을 제대로 감독하지 못한 산업은행과 금융위원회 등 정부의 책임론도 다시 한 번 불거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검찰은 “산업은행에서 대우조선에 파견한 감사위원 등은 회계 업무와 관련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조작은 서별관회의 등과도 직접적 관련이 없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일각에서는 현 경영진이 회사 정상화에 치명적일 수 있는 관리종목 지정을 피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영업손실을 줄인 것 아니겠느냐는 얘기도 나온다.

한국거래소는 이날 대우조선의 상장적격성 실질심사와 관련해 기업심사위원회 심의대상 여부 결정을 위한 조사기간을 15영업일 내로 연장한다고 공시했다. 거래소는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 제48조에 따라 대우조선이 상장유지 적격성 대상이 되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대우조선은 수조원대 분식회계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지난달 15일부터 매매거래가 정지됐다.

박한신/최만수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