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개 종목 36만번 거래…'메뚜기 주가조작단'
검찰이 3년간 36개 중소형 상장회사 주식을 36만회에 걸쳐 시세를 조종한 일명 ‘메뚜기형’ 주가조작 일당을 잡아들였다. 크게 한방을 노리기보다 메뚜기처럼 이 종목 저 종목을 옮겨 다니면서 주가를 조작해 50억원을 챙겼다. 이들과 공모한 미래에셋대우 소속 임원은 고객 계좌까지 동원해 시세조종에 가담했다.

5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방검찰청 증권범죄합동수사단(단장 서봉규 부장검사)은 부산 지역에서 센터장을 맡고 있는 미래에셋대우 임원 이모씨(50)를 주가조작 세력과 공모해 12억원의 부당이득을 얻은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로 지난 3일 구속했다. 이씨는 자신의 계좌뿐 아니라 고객 계좌까지 이용해 9개 종목, 83만주를 거래했다.

검찰에 따르면 증권사 임원까지 가담한 이들 주가조작 세력은 36개 상장사의 주가를 수시로 조작해 거액을 챙긴 기업형 주가조작꾼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대구에 사무실을 차려놓고 트레이딩(매매) 직원 5명을 고용한 뒤 45개의 차명계좌를 통해 주가를 조작했다. 트레이딩 직원 한 명에 3~4대의 컴퓨터로 주식을 매매했다. 회사당 평균 1만건씩의 주문을 넣어 거래량을 늘리 뒤 시차를 두고 차익을 실현했다. 개인투자자와 감독당국이 눈치를 채지 못하도록 치밀하게 계산한 것이다.

시가총액이 1000억원 안팎이면서 유동성(거래 가능 주식)이 적은 중소형주를 ‘타깃’으로 삼았다. 여기에는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중견 정보기술(IT)업체 아이리버 등이 포함됐다.

주가조작 세력들은 목표물이 정해지면 정상적으로 주식을 사들였다. 주식 거래량이 적고 시가총액이 작기 때문에 시장에 나온 물량을 모두 매수할 수 있었다. 이후 장중에 트레이더들끼리 서로 주식을 사고팔면서 주가를 상한가까지 끌어올렸다. 특히 장 마감 직전과 시간 외 매매 시간에 대량 주문을 넣어 개인투자자가 ‘내일은 더 오르겠지’ 하는 추가 상승 기대감을 갖도록 했다. 2~3일 주가가 오르는 것을 지켜본 개인들이 추격 매수를 하면 주문 물량을 취소하고 조금씩 투자금을 회수했다.

이 과정에서 미래에셋대우 임원 이씨는 본사가 일부 계좌의 거래 패턴이 이상하다고 지적하자 ‘정상적인 거래’라고 허위보고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메뚜기형 주가조작 세력은 짧은 기간에 소규모 이득을 얻고 빠져나가는 특징을 갖고 있다”며 “이 같은 방식으로 장기간에 걸쳐 수십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일당이 적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심은지/정소람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