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전자상거래회사 알리바바, 중국 TV 제조 및 온라인 스트리밍서비스 회사 러에코, 세계 최대 아이폰 하도급회사 대만 폭스콘 등이 글로벌 자동차회사의 인재를 흡수하는 ‘인재 블랙홀’ 노릇을 하고 있다.

5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알리바바 등 중국계 회사는 200개 이상의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을 거느리고 4000여종에 달하는 신(新)에너지 자동차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이를 위해 미국 등 해외에 지사를 세우고 고액 연봉을 제시하며 포드 등 전통적 자동차회사는 물론 전기차 선두주자인 테슬라 등에서 인재 영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풍부한 자본력을 갖춘 데다 중국 정부의 강력한 전기차 보조금 지원책까지 결합되면서 관련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어서다.
중국 전기차 질주…포드·테슬라 인재 '싹쓸이'
◆해외 연구소 통해 개발자 영입

러에코의 자동차사업부에서 일하는 마케팅 전문가 로난 루(32)는 작년까지 일본 도요타에서 일하다 러에코로 옮겼다. 그는 “성장이 빠른 중국의 스타트업 전기차 회사들은 스톡옵션 등으로 기존 자동차 회사보다 더 높은 보수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텐센트와 폭스콘이 투자한 퓨처모빌리티는 올초 BMW i8의 수석엔지니어인 카르스텐 브라이트펠트 등 친환경차 프로젝트 ‘i’의 핵심인력 4명을 영입했다. 또 둥펑인피니티의 대니얼 키르체르트 전 회장을 최고운영책임자(COO)로 데려왔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새너제이, 팰로앨토 등에 연구시설을 세웠다. 개발자를 영입하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작년 텐센트에서 투자받아 설립된 전기차업체 넥스트EV는 미국 포드와 이탈리아 마세라티에서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마틴 리치를 회장으로 임명하고, 시스코시스템스의 최고기술책임자(CTO)였던 파드마스리 워리어를 CEO로 영입했다. 이 회사도 미국 실리콘밸리, 독일 뮌헨, 영국 런던 등에 연구소를 두고 있다. 러에코가 설립한 패러데이퓨처는 경영진을 모두 테슬라 출신으로 채용했다. 또 캘리포니아주 가데나에 2018년까지 전기차 공장을 완공하고 본격적으로 미국에 진출할 계획이다.

중국 최대 전기차기업 비야디(BYD), 중국 최대 자동차부품사 만향그룹은 아예 미국 친환경차 기업을 인수해 카르마오토모티브를 설립했다. 베이징자동차그룹(BAIC)이 세운 아티바 등도 인재 확보를 목적으로 캘리포니아주에 지사를 신설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 들어 중국에서만 핵심 연구개발자의 연봉은 30% 증가했다. 일부 개발자의 연봉은 15만1000달러(약 1억6700만원) 수준에 이른다. 중국 국가통계국에서 제시한 대도시 소재 중국인 평균 연봉보다 16배 높은 수준이다. 헤드헌팅회사 에임슨앤드컴퍼니의 관계자는 “(구인난 때문에) 원하는 경력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경험이 있는 개발자를 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中 정부, 2025년까지 300만대 목표

중국은 이미 지난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으로 떠올랐다. 중국 정부가 전기차 가격의 60%를 보조한 덕분이다. 올 상반기에만 중국은 17만7000대의 전기차를 생산했다. 전년 동기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중국 정부는 2025년까지 300만대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고, 2020년까지 500만대 전기차에 전기를 공급할 충전소도 설치할 계획이다.

블룸버그는 “중국의 스타트업은 향후 10년간 전기차 생산을 지원하는 중국 정부의 노력 덕분에 큰 기회를 맞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자산운용회사 샌퍼드C 베른스타인의 로빈 주 애널리스트는 “전기차 스타트업에 지금 가장 필요한 것 중 하나가 바로 인재”라고 말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