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미디어 뉴스룸-한경BUSINESS] 저유가에도 '역대급 실적' 낸 정·화의 비결은?
한국 정유·화학회사들이 올해 2분기 역대 최고 수준의 실적을 올렸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각각 올해 2분기 6158억원, 1조119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LG화학이 거둔 실적은 2011년 3분기 이후 18분기 만의 최고치다. SK이노베이션이 거둔 실적도 역대 두 번째로 높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을 포함한 정유사들의 영업이익은 기록적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올해 상반기 5248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고 최근 공시했다. 2008년 상반기에 거둔 4976억원의 영업이익을 넘어서는 최대 실적이다. 에쓰오일도 상반기 1조1347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면서 8년 만에 1조원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정유업은 기본적으로 ‘복합정제마진’이 중요하다. 복합정제마진은 원유 가격과 각종 석유제품 생산 가격 간 차이를 계산한 것이다. 그런데 올 들어 국내 정유업계의 실적을 가늠하는 지표로 활용되는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페트로넷 등에 따르면 올 1월 배럴당 9.9달러까지 올라갔던 정제마진은 6월엔 4.9달러 수준까지 떨어지면서 반 토막 났다. 국내 정유업계에서는 배럴당 4~5달러 수준을 손익분기점으로 본다. 정제마진만 놓고 보면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2014년보다 낮은 수준이다.

이런데도 정유업계가 좋은 실적을 낸 것은 ‘평가 재고 이익’이 크게 늘어난 덕분이다. 올해 1월 배럴당 20달러에 거래되던 원유가 현재 40달러대 중반까지 오르면서 원유를 미리 구매하는 정유사들의 영업이익이 증가했다.

정유업계 호실적의 또 다른 요인은 석유화학 부문이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2분기 거둔 1조1195억원의 영업이익 중 석유화학·윤활유·석유개발(E&P) 등 비정유 부문이 차지하는 비율이 37%로 나타났다. 평가 재고 이익보다 더 크다. 석유화학 부문이 기록한 영업이익은 분기 사상 최고인 3027억원에 달한다. 윤활유 부문 또한 1329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제 몫을 톡톡히 했다.

에쓰오일이 올해 2분기 비정유 부문에서 거둔 영업이익 비율은 석유화학 부문 21.8%, 윤활기유 부문 19.9% 등 총 41.7% 수준이었다. 에쓰오일의 비정유 부문이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작년 2분기만 해도 23.6%에 그쳤다. 1년 새 거의 두 배로 늘어난 것이다.

이홍표 한경비즈니스 기자 haw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