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일본 곳곳에선 마쓰리(축제)가 한창이다. 주민들은 수백년 동안 이어져온 전통축제로 35도를 오르내리는 무더위를 이기고 있다. 지난달 30일 미야기(宮城)현 미나미산리쿠(南三陸)초에서 밤하늘을 화려하게 수놓은 불꽃놀이가 6년 만에 열렸다. 어촌 주민들은 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 이후 재개된 불꽃놀이를 보며 눈물을 흘렸다.

한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80명의 고교생도 불꽃놀이를 함께 지켜봤다. 전날 도착해 처참한 대지진 피해 현장을 둘러본 조성민 학생(서울 경신고 1년)은 “쓰나미가 훑고 지나간 곳에서 자연재해의 무서움과 인간의 위대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기자는 이달 3일까지 동일본대지진 복구 현장에서 열린 ‘한·일 고교생 교류캠프’에 동행했다. 닷새간 이어진 농어촌 일손돕기 체험, 창업 아이템 발표회 등을 소개한다.
한·일 고교생들이 미나미산리쿠 쓰나미 피해 현장에서 묵념을 하고 있다.
한·일 고교생들이 미나미산리쿠 쓰나미 피해 현장에서 묵념을 하고 있다.
◆미나미산리쿠, 지반 20m 높이기 공사 중

미나미산리쿠초는 대지진 당시 최대 20m가 넘는 높이의 쓰나미가 마을을 휩쓸고 지나가 큰 피해를 입었다. 전체 주민 1만5000여명 중 832명이 목숨을 잃거나 실종됐다. 중심부 건물의 80%, 전체의 62%가 유실됐다.

이 지역은 대지진 발생 전까지 도호쿠(동북) 지역을 대표하는 양식과 관광 명소였다. 지난 2일 새벽 묵은 간요호텔 6층에서 내려다본 아름다운 푸른 바다는 거대한 ‘바다 목장’이었다. 5년 반 전 호텔 2층 노천온천까지 쓰나미가 밀어닥쳤다고 설명하는 아베 노리코 여사장의 이야기가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쓰나미가 몰려왔던 해안은 물론 내륙 곳곳에서 산을 깎아 지반을 높이는 공사를 하고 있었다. 다카하시 가즈키요 미나미산리쿠초 산업진흥과장은 “2011년 수준의 대지진과 쓰나미가 다시 와도 안전한 삶의 터전을 마련하기 위해 마을 지반을 20m 높이고 있다”며 “공사 기간을 10년으로 계획했으나 현재 속도라면 완공 시기가 다소 늦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복구 일정이 지연되면서 집을 잃고 가설주택에 사는 주민들의 고통은 그만큼 길어지고 있다. 주민들은 상업시설이나 쇼핑시설도 없어 임시 장터에서 생필품을 구입하고 있다.
교류캠프에 참석한 학생들이 1일 사업 발표회를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교류캠프에 참석한 학생들이 1일 사업 발표회를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일 고교생, 공동 창업 아이템 개발

한일경제협회와 일한경제협회가 공동 주최하는 ‘한·일 고교생 교류캠프’는 올해 23회째다. 미래지향적인 한·일 관계를 구축하려면 청소년들의 교류 확대가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1994년 1월 도쿄에서 처음 열렸다. 양국의 경제현장을 둘러보고 공동 작업을 통해 새로운 창업 아이템을 발굴해 발표하는 형식이다. 고레나가 가즈오 일한경제협회 전무는 “양국의 미래 주역인 청소년들이 협업을 통해 리더십을 키우는 게 교류캠프의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두 나라 학생들은 낮엔 농어촌 일손 돕기, 요양시설 방문 등으로 분주한 일정을 소화했다. 양국에서 5명씩 10명으로 구성된 8개팀은 한국과 일본 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 아이템을 짜내느라 밤을 꼬박 새우기도 했다. 캠프 4일째 마을회관에서 열린 사업발표회에선 고령자 대상 간호, 복지사업 아이템을 제시한 ‘카인드 고(Kind Go)’팀이 최우수상을 받았다. 한국 측에선 권성호(마포고), 안영웅(금오공고), 박경현 이혜민(원주의료고), 김하연(전주기전여고) 학생이 팀에 참가했다.

사이타마현립 후도오카고에서 참가한 히라타 미오 학생(1년)은 “함께 공부하면서 글로벌 감각을 지닌 한국 학생들의 장점을 많이 발견했다”며 “앞으로 농업 분야에서 한·일 비즈니스모델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이종윤 한일경제협회 부회장은 “양국 학생들이 다른 환경에서 커왔기 때문에 서로 차이점을 느꼈을 것”이라며 “팀플레이를 통해 하나의 공동 결과물을 낸 것 자체가 큰 의미”라고 평가했다.

미나미산리쿠=최인한 한경닷컴 뉴스국장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