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컴퓨터보다 빠른 '양자컴퓨터' 상용화 길 열렸다
미국 과학자들이 일반 컴퓨터에 가장 가까운 방식의 양자컴퓨터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크리스토퍼 먼로 미국 메릴랜드대 교수팀은 원소 일종인 이터븀 이온을 이용해 프로그램만 바꾸면 간단한 수학계산이 가능한 양자컴퓨터(사진)를 개발해 국제학술지 네이처 4일자 인터넷판에 발표했다. 조영욱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양자정보연구단 선임연구원은 “기초적인 수준이지만 컴퓨터가 가져야 할 기능이 모두 들어 있어 양자컴퓨터의 실용화 가능성을 한층 높였다”고 말했다.

일반 컴퓨터는 신호가 있고 없음에 따라 0과 1로 정보를 표현한다. 이에 비해 양자컴퓨터는 0, 1 외에 0과 1 사이에 중첩돼 있는 정보도 표현한다. 컴퓨터 정보를 비트로 표현하듯 양자 정보는 양자비트(큐비트)를 단위로 쓴다. 이런 특성을 이용해 동시에 여러 연산을 처리할 수 있다. 슈퍼컴퓨터로도 몇 년 걸릴 복잡한 유전자 배열 분석, 최적 경로 문제도 쉽게 해결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연구진이 이번에 개발한 양자컴퓨터는 5큐비트를 구현했다. 프로그램만 바꾸면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범용성을 확보했다. 큐비트를 구현하는 소자로는 이터븀 이온이 사용됐다. 레이저를 이터븀 이온에 쏴 상태를 바꾸는 방식으로 정보를 담고 연산을 수행한다.

이 양자컴퓨터를 이용해 양자 알고리즘과 복잡한 수학식인 푸리에변환을 실행한 결과 일반 컴퓨터 수준의 정확한 값을 얻었다. 양자컴퓨터를 만들려면 최소한 1만큐비트로 구성된 회로가 필요하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