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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의 '맛' 번역에서 나온다고?…뮤지컬 번역의 세계

입력 2016-08-03 17:19:38 | 수정 2016-08-03 17:3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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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니 토드' '위키드' 등 한국식 언어유희 가미
재치 있는 대사로 작품 완성도 높여
오는 10월 3일까지 서울 잠실동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되는 뮤지컬 ‘스위니 토드’에서 러빗 부인(옥주현)이 자신의 파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오디컴퍼니 제공기사 이미지 보기

오는 10월 3일까지 서울 잠실동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되는 뮤지컬 ‘스위니 토드’에서 러빗 부인(옥주현)이 자신의 파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오디컴퍼니 제공


“어떻게 목사한테 이렇게 깨끗한 맛이 나지? 어디 산이야? 영국산? 호주산?”(스위니 토드) “에덴동산.”(러빗 부인)

서울 잠실동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스위니 토드’에서 토드 역의 조승우와 러빗 부인 역의 전미도가 이 대사를 주고받자 객석 곳곳에서 웃음이 터져 나온다. 러빗 부인이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을 파이로 만들면 어떨지 상상하며 부르는 ‘목사는 어때요?’의 한 구절이다. 19세기 중반 타락한 종교인에 대한 풍자가 가득한 곡이다. 원문은 “주교만큼 육덕진 맛은 아니어도, 부목사만큼 싱거운 맛도 아니군”이지만, 풍자의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 번역가가 한국식 ‘언어유희’를 가미했다.

해외 뮤지컬이 대거 국내에 들어오면서 공연의 ‘맛’을 살리는 번역가들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말맛’을 살린 번역은 작품을 관통하는 메시지를 제대로 전달하고, 등장인물의 특징을 생생하게 표현해 주기 때문에 작품의 완성도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스티븐 손드하임이 작사·작곡한 스위니 토드는 치밀하게 계산된 퍼즐 같은 운율과 말장난, 상징성이 가장 큰 매력이다. “이건 변호사, 주둥이만 살아서 그런지 씹는 맛이 최고죠” “닳고 닳은 이 냄새는 딱 봐도 짭새” 등의 가사는 운율을 잘 살리면서도 타락한 상류층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토드와 러빗 부인의 ‘찰떡 호흡’을 강조하는 대사도 있다. “자, 요건 겁나 뜨거워요, 신혼부부라서”(러빗) “왜 이렇게 안 달달해”(토드) “꿀을 좀 쳐?”(러빗) “아니, 기름을 쳐”(토드) “기름? 뭔 기름”(러빗) “아이러브유(油)!”(토드) 두 사람이 웃음을 참지 못하고 낄낄대는 모습에 객석에서도 웃음이 터져 나오는 순간이다. 원문에선 ‘엄청 뜨겁다(It’s piping hot!)’라는 말을 통해 ‘관악기(Pipe) 연주자 파이’를 표현한 말장난을 한국어에 맞는 언어유희로 바꿨다. 이 작품을 번역한 김수빈 씨는 “원작이 가진 풍자와 블랙 코미디를 살리면서도, 손드하임 특유의 라임과 운율을 맞추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오는 28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공연되는 뮤지컬 ‘위키드’에서 초록마녀 엘파바(박혜나)와 금발 마녀 글린다(아이비)가 서로에 대한 탐색전을 벌이고 있다. 클립서비스 제공기사 이미지 보기

오는 28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공연되는 뮤지컬 ‘위키드’에서 초록마녀 엘파바(박혜나)와 금발 마녀 글린다(아이비)가 서로에 대한 탐색전을 벌이고 있다. 클립서비스 제공


오는 28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공연되는 ‘위키드’는 원작 자체가 재치 있는 단어 선택과 각색으로 호평받고 있다. 허영덩어리 금발 마녀 글린다와 무뚝뚝한 초록 마녀 엘파바의 캐릭터를 살리는 데 번역이 큰 역할을 했다. 같은 방을 쓰게 된 엘파바와 글린다가 서로에 대한 ‘탐색전’을 마친 뒤 부르는 노래 ‘이 낯선 느낌’에서는 “밥맛! 총체적으로 넌 밥맛!”이라는 귀여운 대사가 나온다. 직역하면 ‘혐오(Loathing)! 완전히 넌 혐오!’다.

날아오는 빗자루를 보고 놀란 글린다의 외마디 비명은 “오즈머니나!”인데, 원어는 “스위트오즈(SweetOz)!”다. 엘파바와 글린다가 ‘오즈의 마법사’라는 것을 이용한 언어유희다. 작품 번역을 맡은 작곡가 이지혜 씨는 “번역의 생명은 ‘타이밍’”이라며 “원작에서 관객이 웃고 감동하는 타이밍에 국내 관객도 똑같이 웃을 수 있도록 하는 데 번역의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서울 동숭동 대명문화공장 1관 비발디파크홀에서 공연 중인 ‘키다리아저씨’는 진 웹스터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사소한 위험 앞에서 웃을 수 있으려면 영혼의 용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행복이란 다 지나간 일 때문에 울지 않는 것” 등 문학성을 살린 표현이 자주 나온다. 작품 번역을 맡은 이희준 작가는 “극중 주인공 제루샤 에봇은 문학적 재능이 뛰어난 소녀로, 제르비스 펜들턴은 엄청난 독서가로 표현된다”며 “이 작품을 번역한다는 것은 두 인물의 영혼을 번역하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문학적인 표현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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