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회장이 상트 페테르부르크에 위치한 현대차 러시아공장을 방문해 8월 초부터 생산에 들어간 소형 SUV 크레타의 품질을 점검하고 있는 모습. (사진=현대차 제공)
정몽구 회장이 상트 페테르부르크에 위치한 현대차 러시아공장을 방문해 8월 초부터 생산에 들어간 소형 SUV 크레타의 품질을 점검하고 있는 모습. (사진=현대차 제공)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3일(현지시간) 상트 페테르부르크에 위치한 현대차 러시아공장을 방문해 "러시아시장 기회는 다시 올 것"이라며 "이에 대비해 상품, 마케팅 등을 철저히 준비하자"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현지 생산·판매 전략을 점검하고 임직원들을 만나 "어려움이 있더라도 기회는 다시 올 것이다. 러시아 시장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독려했다.

전날 상트 페테르부르크 시내에 있는 호텔로 현지공장 주재원 부부 등 총 100여명을 초청, 만찬을 주재한 자리에선 "어려운 시장 환경에서도 흔들림 없이 고군분투 하는 여러분들이 바로 애국자"라고 격려했다.

정몽구 회장은 이달 초부터 생산에 들어간 소형 SUV '크레타' 생산 라인을 점검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고 그룹 측은 설명했다. 크레타는 지난해 인도시장에 출시돼 큰 인기를 끌었으며 8월부터 러시아 공장에서 생산되기 시작했다. 현대차는 최근 러시아 시장에 불고 있는 SUV 열풍에 대응하기 위해 크레타 투입을 결정했다.

현대차는 러시아 시장이 오랜 경기침체 영향으로 산업수요가 급감하고 있지만 경쟁력 있는 신차 출시를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한층 높여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일부 글로벌 메이커들은 판매와 수익성이 감소하자 공장을 폐쇄하거나 조업중단, 감원 등 러시아 시장에서 철수하고 있지만 현대·기아차는 생산차종 추가하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기아차는 일시적으로 수익성이 떨어지더라도 제품력을 강화하고 기업 이미지를 높여 향후 러시아 시장이 회복됐을 때 시장 주도 메이커로 성장한다는 전략이다.

러시아 자동차시장은 2012년 294만대에 달하던 산업수요가 경기 침체 여파로 작년에는 160만대로 줄어들었다. 대신 현대·기아차는 시장점유율을 확대하는 기회를 잡고 있다. 지난해 현대·기아차는 러시아 시장에서 전년 대비 13.5% 감소한 32만4701대를 팔았다. 하지만 러시아 전체 시장이 35.7% 감소함에 따라 시장점유율은 15.1%에서 20.3%로 상승했다.

올 상반기 러시아의 신차 수요는 14.1% 감소한 반면 현대·기아차는 13.9% 감소한 13만4100대를 판매했다. 주력 차종인 쏠라리스와 리오는 올들어 4만5930대, 3만9454대 팔려 러시아 시장 판매 1위와 3위를 달리고 있다.

러시아공장을 둘러본 정 회장은 슬로바키아와 체코로 이동해 현지 공장에서 생산된 자동차의 품질을 점검할 계획이다.

김정훈 한경닷컴 기자 lenn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