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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불남의 시대②] 30대 남성 사로잡은 '작은 사치'의 위안

입력 2016-08-03 11:30:08 | 수정 2016-08-04 14: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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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장만, 가족부양 부담 벗어던지고
필요한 것보다 마음에 드는 것 산다
자신 가꾸는 데 투자하는 '新소비층'
사회적 역할로 요구받아온 결혼과 집 장만을 포기하는 30대 남성이 늘고 있다. / 사진=게티이미지뱅크기사 이미지 보기

사회적 역할로 요구받아온 결혼과 집 장만을 포기하는 30대 남성이 늘고 있다.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삼불남의 시대]
① 이태백과 사오정 사이, '삼불남'의 출현
② 30대 남성 사로잡은 '작은 사치'의 위안
③ "남처럼 말고, 나 혼자 재미있게 살게요"
④ 수입차 고집하는 30대男…"내 집은 포기, 차에 올인"
⑤ 머리부터 발끝까지 꾸민다…"난 소중하니까요"
⑥ "나만 사용하면 돼"…좁은 공간, 1인용 가전이면 OK
⑦ 주말엔 소개팅 대신 동호회…"30대 남자 마감입니다"

[ 김봉구 기자 ] 한경닷컴은 최근 30대 한국 남성의 사회적 특성을 추출해 ‘삼불남(30대의 불안한 남성)’이라 명명했다. 갓 이태백(20대 태반이 백수)을 지나왔지만 곧 사오정(45세가 넘으면 정리해고 대상)에 직면할 것이란 불안감이 삼불남의 요체다. (☞ 관련 기사: 이태백과 사오정 사이, '삼불남'의 출현)

삼불남 현상을 특징 짓는 지표인 1인가구를 x축, 비혼(非婚)을 y축으로 삼아 좌표화 하면 세분화되고 대표성을 띤 집단이 등장한다. ‘비혼 1인가구 30대 남성’이다. 이들에 집중해 소비 패턴과 트렌드 변화를 살펴봤다. 저성장기 한국사회의 앞날을 가장 잘 보여주는 타깃층이란 판단에서다.

30대 남성의 불안 심리는 크게 두 가지 소비문화로 나타났다. 현실적 과시 소비가 그 하나다. 이들의 상당수가 불가능에 가까운 집 장만을 포기했다. 대신 고급 차나 패션에 투자한다. 다른 하나는 취향 소비다. 필요한 것보다는 마음에 드는 것을 사며 위안을 얻고 있다. 이 둘이 만나면 ‘작은 사치’의 위안이라는 키워드가 나온다.

◆ '취향저격' 당신은 무슨 族입니까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는 심리죠. 비싼 건 못해도 1000~2000원 더 주고 고급 이미지를 소비하는 겁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작은 사치의 위안을 이같이 설명했다. 그의 말대로라면 ‘흙수저’를 한탄하는 젊은층이 스타벅스 커피를 즐기는 것은 모순적이지 않다.

이 교수는 “30대 남성이 결혼이나 집 장만 등을 포기하면서 스스로를 가꾸는 데 투자하는 소비 패턴이 보인다. 앞서 미국이나 일본에서도 발견된 현상”이라며 “삶이 불안정하고 경제적 여력이 충분하지 않으니 작지만 취향을 충족하는 소비에서 위안을 찾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다양한 ‘OO족’이 나타나는 흐름도 이와 무관치 않다. 30대 회사원 이모씨는 페달족이다. 방 한 칸을 고가 자전거 2대와 사이클복·헬멧 등 관련 물품으로만 채웠다. 주말이면 동호회 사람들과 함께 수십km씩 라이딩 하는 게 낙이다. 이씨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로 따지면 비싼 제품이지만 내게 상을 주는 기분으로 샀다”고 말했다.
장난감, 게임 등을 통해 유년시절의 취미와 감성을 즐기는 키덜트족. / 사진=게티이미지뱅크기사 이미지 보기

장난감, 게임 등을 통해 유년시절의 취미와 감성을 즐기는 키덜트족.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게임이나 장난감에 관심을 갖는 키덜트족 역시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비교적 주머니 사정이 괜찮은 30대 직장인 남성이 많다. 플레이스테이션 같은 게임 종류와 정보를 줄줄 꿰는 건 기본이다. 월요일이면 지난 주말 어떤 게임을 플레이했는지를 소재로 카카오톡 채팅창을 채우곤 한다. 게임 평과 추천 등이 뒤따른다.

그루밍족도 빼놓을 수 없다. 통계청은 지난 2009년 ‘거울 보는 남자’를 10대 블루슈머(블루오션+컨슈머) 중 하나로 선정했다. 당시 예상은 그대로 들어맞았다. 업계 관계자는 “외모에 신경 쓰는 남성 소비자를 타깃으로 한 시장은 확대일로다. 한국 남성 화장품 시장 규모는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수준”이라고 전했다.

◆ "이전에는 없던 시장이 생겨났다"

내 집 장만과 가족 부양에 전력투구하던 30대 남성이 스스로에게 눈길을 돌려 새로운 소비층으로 자리 잡는 추세다.

박광태 한국중소기업학회장(고려대 경영대학 교수)은 “경제력 있는 40~50대가 남성 소비자의 주류였는데 어느 순간부터 기업 입장에선 없다시피 했던 30대 남성이란 소비층이 ‘보이기’ 시작했다”며 “개인화·싱글화 같은 사회 변화에 따라 새로운 맞춤형 시장이 생겨난 셈”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4월 발표된 논문 ‘우리나라 세대별 1인가구 현황과 정책과제’(강은나·이민홍, 보건복지포럼)에 따르면 청년층(20~39세) 1인가구는 중장년층 및 노년층 1인가구와 청년층 다인가구에 비해 전문직·상용직 비중이 높았다. 학력과 소득 수준도 평균 이상이었다. 30대 남성 상당수가 ‘자발적 비혼’을 택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통계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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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보이지 않는 미래를 대비하기보다는 ‘현재를 즐기는 소비’가 증가한다는 것. 박주영 숭실대 벤처중소기업학과 교수는 “스스로에 돈을 쓸 여유가 없던 30대 남성이 결혼이나 부양 의무를 벗어 던지면서 도리어 재량껏 쓸 수 있는 돈이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현재 30대는 자신을 위한 소비는 아깝게 여기지 않는다. 일종의 투자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30대가 경제적으로 풍족한 시기는 아니므로 과시성 소비를 하는데, 이는 상류층이 되고 싶은 중산층의 소비 패턴으로 볼 수 있다. BMW 3시리즈 같은 고가 외제차를 사는 게 대표적”이라고 부연했다.

◆ '카르페 디엠' 소비의 종착점은?

실제로 30대 남성에게서 저성장시대 소비 트렌드의 ‘징후’를 엿볼 수 있다. 올 상반기 수입차 구매자 10명 중 4명(39%)이 30대였다. 집은 필요하지만 성취가 어려운 소비다. 거기에 비하면 차 구입은 ‘작은 사치’에 속한다. 실현가능한 선에서 취향을 충족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일본에 오래 체류한 이형오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집을 사기 힘든 젊은이들이 차를 산다. 일본에선 20~30년 전부터 나타난 현상”이라며 “당시 ‘차 안에서 모든 생활을 하라’는 내용의 자동차회사 광고가 유행이었다. 한국도 시간차를 두고 따라가는 모양새”라고 했다.

이 추세를 이어가면 10~20년 뒤엔 자칫 소비 절벽을 맞을 우려가 있다. 전통적으로 중장년층은 소비가 활발한 연령대지만 삼불남의 상황은 다르기 때문이다. 이정희 교수는 “지금의 30대가 40~50대가 됐을 때 일자리를 유지한다는 보장이 없고 노후 대비도 해야 한다. 소비 패턴이 또 한 번 크게 바뀔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른바 ‘실속형 가치소비’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가격이 싸면서 품질도 수준급인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날 것이다. 현재 30대 남성이 소비에서 얻는 작은 사치의 ‘실버 버전’ 격이다. 전문가들은 가성비 위주 PB(자체브랜드) 상품 시장의 급성장이 이런 전망을 뒷받침한다고 평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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