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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야당 vs 정부 '세금 전쟁' 시작됐다] 정책 주도하는 야당…존재감 사라진 여당…고민커진 정부

입력 2016-08-02 18:33:26 | 수정 2016-08-03 02:31:59 | 지면정보 2016-08-03 A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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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 건보료 개편, 전기요금 누진제 등
논평만 하던 야당, 이슈 선점하며 정책 주도
정부 '與 조정 보호막' 사라져 野와 직접격돌
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가운데)이 지난달 2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16년 세법 개정안’을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기사 이미지 보기

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가운데)이 지난달 2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16년 세법 개정안’을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과거 야당은 정부가 정책을 발표하면 논평을 내는 데 주력했다. 정부 정책을 비판하고 넘어가는 식이었다. 세법 개정안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제1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정부가 세법 개정안을 내놓자마자 독자적인 세법 개정안으로 맞불을 놨다. A4용지 23쪽에 달하는 보도자료를 내는 등 마치 정부가 개정안을 발표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과거 수권 능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으며 두 차례 대통령 선거를 놓친 야당이 ‘정책 정당’으로 이미지를 바꿔 내년 대선에서 주도권을 쥐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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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감한 현안 치고 나오는 野

야당은 20대 국회가 출범하자마자 각종 정책 현안을 주도하고 있다. 기업 구조조정은 물론 민생 현안인 전기요금 누진제, 건강보험 체계 개편 등 민감한 이슈를 선점하면서 치고 나오고 있다. 정부와 여당이 다루기 어려운 현안들이다.

박주민 더민주 의원은 지난 1일 현재 6단계로 나뉘어 최저 구간과 최고 구간의 요금 차이가 11.7배에 달하는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를 3단계로 줄이는 전기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1974년 산업화시대 만들어져 40년 넘게 그대로인 현행 전기요금 누진제는 산업용과 가정용 전기요금 차이가 커 불만이 많았다. 더민주는 이런 여론을 간파하고 국민의당 소속 의원들과 함께 법안을 먼저 내놓았다.

더민주는 지난달 7일에는 지역가입자와 직장가입자 간 건강보험료 부과 체계를 단일화하고 피부양자 제도를 없애는 내용의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지역가입자와 직장가입자 간 형평성 문제가 크고, 재산이 많은 피부양자의 ‘무임승차’ 등 문제가 많은데도 정부가 여론을 의식해 손을 놓고 있는 현안이다.

이뿐만 아니다. 검찰 개혁, 고위공직자 재산 검증 등 정부가 침묵하는 각종 안건마다 야권이 먼저 논쟁을 일으키고 있다.

‘진경준 검사장 사태’를 계기로 더민주는 1급 이상 고위공무원 재산 형성 과정 검증을 의무화하는 법안 발의를 추진 중이고, 국민의당은 공직자 직무 관련 자문 금지 및 친인척 채용 금지를 추가해 ‘부정청탁 금지 및 이해충돌방지법(김영란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로 했다. 검찰 개혁을 두고는 더민주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 3당이 공조하기로 했다.

이 같은 야당의 변화는 김종인 더민주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이끌어낸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기업 구조조정도 마찬가지다. 김 대표가 지난 4월 총선 후 기업 구조조정 필요성을 먼저 제기하고 정부에 청사진을 제시해달라고 요구하면서 정부와 여당의 구조조정 논의에 속도가 붙었다.

◆야당과 정부, 전면전 불가피

야당이 정책을 주도하는 것은 일차적으론 집권 여당의 부재 탓이다. 여당은 원래 당정협의를 통해 정부안이 확정되면 야당과 협상해 정부 원안대로 밀어붙이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친박(친박근혜)·비박 갈등으로 정책 조정 기능을 거의 상실하다시피 했다. 그러다 보니 여당의 정책 중개 기능 역시 사라졌다. 정부로선 갑갑하게 됐다.

정부 관계자는 “사회 갈등 현안일수록 정부가 논리를 만들면 여당이 야당을 설득하며 돌파해야 하는데 20대 국회 들어 그런 기능이 크게 줄었다”며 “이 때문에 야당이 먼저 안건을 던지고 나면 정부가 여당 중재 없이 직접 야당과 전면전을 펼치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정부가 강성 야당을 상대하는 것은 쉽지 않다. 결과는 정부 정책 추진 동력 상실로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는 19대 국회에서 처리하지 못한 4대 부문(노동·공공·교육·금융) 구조개혁 관련 법안을 20대 국회에 제출할 방침이지만, 여당이 무기력해지면서 20대 국회에서도 처리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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