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점검하자" 유럽으로 달려간 정몽구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사진)이 2일 유럽 출장길에 올랐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영향 등으로 시장 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유럽과 러시아를 직접 둘러보고 전략을 가다듬기 위해서다. 그는 매년 여름휴가 기간이나 설·추석 연휴를 활용해 해외 현장으로 나가 임직원들을 독려하고 있다.

◆“친환경차 브랜드 파워 높이자”

정 회장은 3일(현지시간)부터 러시아, 슬로바키아, 체코에 있는 현대·기아자동차 생산공장을 차례로 둘러볼 계획이다. 정 회장의 유럽 현장 경영은 2014년 3월 이후 29개월 만이다.

이번 정 회장의 유럽행은 브렉시트 결정 이후 예상되는 유럽연합(EU)과 영국 간 교역조건 악화 등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있는 유럽 자동차시장에 대한 정밀한 진단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현대차그룹은 전했다. 세계 자동차시장이 저성장 기조를 보이는 가운데 유럽 자동차시장의 전략적 중요도가 한층 높아졌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브렉시트 점검하자" 유럽으로 달려간 정몽구
올 상반기 유럽시장 승용차 판매량은 809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9.1% 커졌다. 현대·기아차는 같은 기간 12.3% 늘어난 49만1000여대를 팔아 시장 성장률을 웃돌았다. 현대·기아차의 올해 유럽 판매목표는 89만1000여대다.

정 회장은 현대·기아차 유럽법인 업무보고 자리에서 “올해 글로벌 자동차시장이 2%대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는 등 저성장이 지속되고 있다”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사상 최대 판매가 예상되는 유럽을 필두로 돌파구를 열어야 한다”고 강조할 계획이다.

이어 “유럽시장도 하반기에는 불안 요인이 확대되고 있으며 글로벌 메이커 간 경쟁도 치열할 것으로 예상한다. 환경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대응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문할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그룹 글로벌경영연구소는 하반기 유럽 자동차시장 성장률이 0.7%(전년 동기 대비)로 꺾일 것으로 내다봤다.

정 회장은 유럽 전략 차종을 생산하고 있는 기아차 슬로바키아공장과 현대차 체코공장을 차례로 찾아 지난해 하반기부터 새로 투입한 투싼, 스포티지 등 신차의 품질 강화를 강조할 방침이다. 두 공장은 올해 역대 최대 규모인 합계 68만5000대(체코 35만대, 슬로바키아 33만5000대)의 생산을 추진하고 있다.

정 회장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주축으로 판매를 확대하고 유럽에서 처음 선보이는 친환경 전용차를 통해 브랜드 파워를 높여야 한다”고 주문할 예정이다. 또 “결국은 품질이다. 제품의 품질, 고객 만족의 품질 등 생산부터 판매와 서비스까지 전 분야에서 고객 지향의 품질주의를 확고히 해야 한다”고 당부할 계획이다.

현대·기아차는 아이오닉, 니로, K5 플러그인하이브리드 등을 출시하며 ‘하이브리드·플러그인하이브리드·전기차·수소연료전기차’의 친환경차 제품군을 구축해 유럽 친환경차 시장을 공략할 예정이다.

◆“어려워도 포기해선 안 된다”

정 회장은 러시아 현지 임직원들에게 “미래의 새로운 기회를 위해 어려움이 있더라도 러시아 시장을 포기해서는 안된다”고 말할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에 전년 대비 13.5% 감소한 32만4701대를 러시아 시장에서 판매했다. 하지만 러시아 전체 시장이 35.7% 감소함에 따라 시장점유율은 15.1%에서 20.3%로 오히려 늘어났다. 다른 글로벌 업체들이 현지 생산을 중단하는 가운데 현대·기아차는 현지 부품 조달을 늘리고 가격 경쟁력이 높은 소형차 생산을 확대했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에도 러시아 전체 시장이 14.1% 줄어든 가운데 현대·기아차는 전년 동기 대비 13.9% 감소한 13만4100대를 판매하며 시장 지배력을 강화했다. 현대·기아차의 러시아 전략 차종인 쏠라리스(한국명 엑센트)와 리오(프라이드)는 올 들어 6월 말까지 각각 4만5930대와 3만9454대 팔리며 베스트셀링카 1위와 3위를 달리고 있다. 현대차는 소형 SUV 크레타를 올 하반기 출시하는 등 러시아 시장에 불고 있는 SUV 열풍에 동참할 계획이다.

정 회장은 지난해 3월 미국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과 기아차 조지아 공장을 방문해 생산품질 등을 점검한 뒤 멕시코의 기아차 신공장 건설현장을 돌아봤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