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노믹스 또 실패?…'300조원 부양책'에도 여전히 엔고
아베 신조 일본 총리(사진)가 2일 28조1000억엔(약 304조원)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결정했지만 시장 반응은 떨떠름했다. 지난달 29일 일본은행 금융정책결정회의 이후 엔화 강세에다 채권금리까지 치솟고 있어 아베노믹스(아베 총리 경제정책)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NHK 등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28조1000억엔 규모의 ‘미래에 대한 투자를 실현하는 경제대책’을 의결했다. 리니어 중앙 신칸센 조기 개통과 대형 유람선이 정박할 수 있는 항구 건설 등 21세기형 인프라 정비에 10조7000억엔을 투자하고 ‘1억 총활약 사회’(2050년 이후에도 인구 1억명을 유지하는 사회) 실현 대책으로 3조5000억엔을 집행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아베노믹스 또 실패?…'300조원 부양책'에도 여전히 엔고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등에 따른 중소기업 지원대책(10조9000억엔), 구마모토 지진과 동일본 대지진 복구 및 부흥대책(3조엔) 등도 포함됐다. 이를 위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재정지출로 7조5000억엔을, 재정의 투융자로 6조엔을 투자하기로 했다. 나머지는 정부 출연 금융기관의 민간 기업에 대한 융자 등이다.

아베 총리는 이날 국무회의에 앞서 열린 정부·여당 정책간담회에서 “당장의 수요 환기뿐 아니라 민간 주도의 지속적인 경제성장과 1억 총활약 사회의 확실한 실현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닛케이225지수는 대규모 경제 대책에도 전날보다 1.47% 내린 16,391.45에 마감했다. 경제 대책 규모가 이미 알려진 만큼 시장에 선반영된 측면이 있고 아베 총리가 경제 대책 규모에 집착하면서 정부 출연 금융기관의 융자까지 포함해 사업 규모가 부풀려졌다고 마이니치신문 등은 지적했다.

채권시장에선 장기 국채금리(가격)가 급등(급락)했다. 10년 만기 채권 금리는 장중 한때 -0.03%까지 올라 지난 4월1일 이후 4개월여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일본은행 금융정책결정회의 전날보다 0.2%포인트 이상 뛰었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가 오는 9월 회의 때 현재의 금융정책을 총괄해 검증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국채 매입과 마이너스 금리 등을 수정하는 것 아닌지 하는 경계 심리가 채권시장에 퍼졌다. 엔화가치도 회의 전 달러당 105엔대에서 이날 101엔대로 4엔 가까이 뛰었다. 엔저를 기반으로 경제를 이끌어온 아베노믹스에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아베노믹스는 원래 목표에 비해 많이 부족하며 지나치게 부풀려져 있다”며 “이는 아베노믹스가 실패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또 “아베노믹스가 성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사람들이 성공할 거라고 믿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