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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포럼] '닫힌 사회'와 내부의 적들

입력 2016-08-02 18:30:42 | 수정 2016-08-03 05:43:14 | 지면정보 2016-08-03 A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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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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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도 힘들었을 것이다. 한국 불교 세계화의 ‘젊은 상징’이었으니 더 그랬을 것이다. 벽안의 수행자 현각(玄覺). 가톨릭 집안에서 태어나 서양철학(예일대)과 독일철학(프라이부르크대), 비교종교학(하버드대학원)을 공부하고 숭산(崇山)의 설법에 감동받아 출가할 때만 해도 몰랐으리라.

그는 한국 불교와 결별을 선언하면서 “불행히도 정치와 극단적으로 완고한 민족주의 때문에 달마의 가르침과 기술을 세계에 전하는 귀한 기회를 놓치고 있다”고 말했다. 오랜 권위주의와 획일적인 순응문화, 세속화와 기복신앙화를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떠나겠다"…현각뿐이겠는가

‘중이 절을 떠나는’ 거야 개인의 일이지만, ‘절이 망가지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한국이 선불교의 꽃을 제대로 피우기는커녕 우물 안 ‘발목 싸움’에 매몰돼 있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세계화가 아니라 폐쇄화에 갇혔으니, 국제사회가 ‘선’보다 일본의 ‘젠’을 더 선호해도 할 말이 없다는 것이다. 일부 종교인의 정치 지향과 유교적 사고의 한계까지 지적했다.

그래서 “앞으로 한국에서의 강의 요청을 거절하고 스승(숭산)의 일을 유럽에서 이어가는 데 힘을 쏟겠다”고 했다. 파장이 너무 커지자 인연을 완전히 끊겠다는 뜻은 아니라고 했지만, 25년간 애를 써도 넘을 수 없는 ‘내부의 벽’을 절감했을 것이다.

어디 현각뿐이겠는가. 애초 그의 발언도 서울대의 외국인 교수들이 떠난다는 보도의 코멘트로 시작됐다. 국제 경쟁력을 높이려고 영입한 해외석학들이 국내의 후진적인 시스템과 빈약한 처우 때문에 줄줄이 떠나는 게 사실이다. 이들은 “한국과 서울대가 정말 마음에 들지만, 학계가 너무 낙후돼 있어 나도 같이 도태될까 봐 견디기 어려웠다”고 토로한다.

국내 이공계 박사들도 10명 중 4명이 기회만 있으면 나가겠다고 말한다. 이미 떠난 사람이 1만명이다. 연구의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고 환경도 열악하다는 게 이유다. 고급 두뇌뿐만 아니라 밑바닥 일을 하는 외국 노동자도 지난해 3만명이나 떠났다. 전년도의 10배에 달한다.

규제·폐쇄·정치 늪 빠진 한국

글로벌 금융회사의 ‘탈(脫)한국’ 또한 심각하다. 영국계 투자은행(IB) 바클레이즈를 비롯해 올 들어서만 6개사가 한국 내 사업을 접거나 규모를 줄였다. 과도한 규제와 차별 때문이다. “국내 금융회사에 비해 불리한 세제 규정과 영업활동 차별, 금융감독원 규제 등으로 힘들다. 여기서 제재를 받으면 해외 영업에도 제약을 받게 된다.” 금융당국이 뒤늦게 “외국계 애로를 해소할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겠다”고 나섰지만 이를 믿는 회사는 없다.

기술 발전을 못 따라가는 규제 법안도 수만 가지다. 사물인터넷과 3차원(3D) 프린터, 드론(무인 항공기) 등 법적 규제로 어려움을 겪는 신성장사업이 40개 분야나 된다. 한국에서는 드론을 군사 목적이나 사진 촬영에만 쓸 수 있다. 중국은 특정 구역 외엔 모두 허용하고 있다. 선전에선 2분당 한 개꼴로 창업 빅뱅이 일고, 단돈 1위안(약 170원)으로도 서너 시간 만에 기업 등록이 끝난다. 일본의 엔저 공습, 유럽의 마이너스 금리, 미국의 금리 인상, 신흥국의 저가 공세까지 겹쳤으니 우린 사면초가 신세다. 게다가 정치권은 민생법안 발목잡기와 진영 싸움으로 골든타임을 허비하고 있다.

칼 포퍼가 지적한 것보다 더 심각한 ‘닫힌 사회’다. 그 내부의 적들 또한 너무 많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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