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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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심부에 있는 중소형 빌딩을 직접 사들이려면 최소 50억원에서 1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이 필요하다. 하지만 빌딩에 투자하는 사모펀드는 1억원 이상만 있으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 운용사가 임대·관리를 도맡으니 세입자 관리 의무에서도 자유롭다. 이 빌딩에 투자하는 상장 리츠(부동산투자회사)가 있다면 ‘투자 허들’은 더 낮아진다. 상장 리츠들의 주가는 주당 5000원 내외다. 50만원만 있어도 100주를 살 수 있다. 매일 거래가 이뤄지는 주식이니 언제든 환매가 가능하다.

투자가 손쉽다고 혜택이 적은 게 아니다. 임대수익(배당)과 자본수익(매각차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은 실물 부동산 투자와 똑같다. 이것이 부동산 간접투자상품의 본질이자 장점이다.

부동산은 역시 입지다

부동산간접투자상품의 투자 요령도 실물 부동산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실물을 고를 때와 똑같이 입지에 신경을 써야 한다. 펀드나 리츠의 배당수익은 모두 실물 부동산의 임대수익에서 나온다. 입지가 나쁜 부동산은 임대수익도 낮을 수밖에 없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자산관리솔루션부 연구위원은 “부동산펀드는 현금흐름이 꾸준한 상품이기 때문에 대부분 인기 있는 지역에 자리한 자산에 투자한다”며 “지방에 있는 부동산에 투자한 펀드 등은 실패한 사례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배당수익률과 내부수익률(IRR)을 구분할 필요도 있다. 대부분의 부동산펀드는 운용기간 5~6년에 연 5~6%의 배당수익률, 연 7~8%의 IRR을 약속한다. 여기서 배당수익률은 확정적이다. 해당 부동산을 운용해서 얻는 정해진 임대수익으로 투자자에게 지급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IRR은 유동적이다. 그간 받은 배당수익에 펀드 만기시 해당 부동산을 매각해서 얻는 매각차익까지 포함한 수익률이기 때문이다.

펀드 만기 시 투자자산 매각에 실패하거나, 매입 시점보다 부동산의 가치가 떨어지면 IRR 역시 하락할 수밖에 없다. 극단적으론 배당 수익을 다 까먹고 원금 중 일부도 떼일 수 있다. 최근 인기를 끈 ‘베트남 하노이 랜드마크72 자산유동화증권(ABS)’이나 ‘그랜드티마크호텔1호’ 펀드 역시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경우 손해볼 수 있다.

누가 운용하나

부동산간접투자상품을 고를 때는 경험이 많은 검증된 운용사를 찾는 게 중요하다.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하는 사모부동산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한 회사는 이지스자산운용이다. 지난 3년간 운용한 총자산 7조원의 평균 수익률은 연 7%에 달한다. 이 회사는 최근 개인 자산가들의 자금을 모으기 위한 ‘개인투자팀’을 신설했다. 올해 첫 부동산공모펀드도 내놓을 계획이다. 조갑주 이지스자산운용 대표는 “개인투자자들에게는 높은 수익률도 중요하지만 안정성도 중요하다”며 “연 4~7%의 수익을 꾸준히 내는 공모상품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하나자산운용은 공모 부동산펀드의 ‘명가’로 통한다. 이 회사가 2010년에 판매해 지난해 말 청산한 ‘하나다올랜드칩부동산’ 펀드의 누적 수익률은 93.7%였다. 여의도 하나금융투자빌딩을 운용해 임대에 따른 배당으로 연 7.4%의 수익을 매년 지급했다. 코람코자산신탁에 빌딩을 매각하면서 977억원의 차익도 실현했다. 최근 인기리에 판매된 그랜드티마크호텔1호 역시 하나자산운용 상품이다.

ETF 활용해 분산투자

국내 상업용 부동산 시장을 낙관적으로만 보긴 힘들다. 오히려 ‘꼭지’에 근접했다는 지적이 더 많다. 강민석 KB금융지주 부동산연구팀 팀장은 “국내 업무용 빌딩(오피스) 시장은 투자할 만한 대상이 뻔하다”며 “수요가 공급보다 많아 가격에 거품이 낀 상태”라고 말했다.

국내 부동산의 기대 수익률이 낮아지고 있다는 점과 분산투자 효과까지 고려한다면 해외 부동산 자산으로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 시중에 나온 공모형 부동산펀드를 활용하면 된다. ‘미래에셋맵스프론티어브라질월지급식부동산’ 펀드(22.03%) ‘한화아시아리츠부동산’ 펀드(16.31%) ‘미래에셋TIGERMSCIUS리츠부동산’ 펀드(15.97%) ‘IBK아시아태평양부동산’ 펀드(13.82%) 등은 지난달 29일 기준으로 연초 대비 10%가 넘는 수익을 내고 있다. 여러 국가의 다양한 부동산 자산을 담고 있어 분산투자 효과도 뛰어나다.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는 상장지수펀드(ETF)와 상장지수증권(ETN)에 투자하는 것도 검토해볼 만하다. ETF와 ETN은 일반 펀드에 비해 수수료가 저렴하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달 6일 전 세계 리츠에 투자하는 ‘미래에셋글로벌리츠’ ETN을 상장했다. 23개국, 398개 리츠를 편입한 S&P 글로벌리츠 지수의 움직임을 추종한다. 미국의 부동산 관련 지수를 따르는 ‘KINDEX미국리츠부동산’ ETF도 고민해볼 만한 선택지다. 6월 말 기준 글로벌 리츠 ETF들의 최근 1년 수익률은 12.03%에 달한다.

영국계 부동산자산운용사 라살자산운용의 스탠 크라스카 증권부문 대표는 “미국 일본 등에 상장된 리츠는 세계 기관투자가가 보유한 부동산의 40%와 세계 상업용 부동산의 7%에 투자하고 있다”며 “개인도 리츠에 투자함으로써 기관의 우량 자산을 소유할 기회를 누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현진 기자 ap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