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혈당 측정기 전문기업 아이센스가 창업한 2000년 당시 국내는 물론 해외 혈당 측정기 시장의 문턱은 높았다. 국내시장은 올메디쿠스, 인포피아 등 토종업체가 버티고 있었고 해외시장은 로슈, 존슨앤드존슨, 애보트, 바이엘 등 4개 다국적 제약회사가 장악하고 있었다. 15년이 지난 지금 아이센스는 존슨앤드존슨 등 글로벌 기업을 제치고 국내 2위 업체로 성장해 로슈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매출의 85% 이상을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등 세계적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차별화한 기술력과 가격경쟁력을 갖춘 것이 성공 비결로 꼽힌다.
아이센스 "1% 차지해도 700억…해외공략 승부수 통했다"
◆확실한 2등 전략

아이센스의 성공에는 국내 경쟁회사와 다른 ‘역발상 경영’이 한몫했다. 아이센스를 공동 창업한 차근식 대표와 남학현 사장은 처음부터 해외시장을 겨냥했다. 해외시장의 98%를 로슈 등 골리앗 제약회사가 장악하고 있지만 기술력만 갖추면 승산이 있다는 자신감에서였다. 창업 당시 세계 혈당진단 시장 규모는 7조원대였다. 차 대표와 남 사장은 “7조원 시장에서 1%만 차지해도 매출 700억원을 올릴 수 있다”고 판단했다.

아이센스 "1% 차지해도 700억…해외공략 승부수 통했다"
해외시장으로 목표를 정하자 방향이 명확해졌다. 기존 기술보다 진보해야 했다. 적은 양의 피로 빠르게 혈당을 진단하는 기술을 개발해냈다. 아이센스는 시장에 한 방울의 피로 5초 만에 진단할 수 있는 제품을 내놨다. 기존 제품보다 속도는 6배 빠르고, 피는 8분의 1이면 되는 획기적인 제품이었다. 지금은 아이센스 제품 사양이 업계 표준이 됐다.

아이센스가 제품 개발 못지않게 신경 쓴 것은 특허였다. 시장에 제품을 내놓으면 다국적기업과의 특허 분쟁으로 발목 잡히기 십상이었다. 남 사장은 “등록된 특허를 모두 분석해 특허분쟁에 휘말리지 않도록 대비했다”고 말했다. 아이센스가 해외시장을 뚫는 데 기폭제가 된 미국 아가메트릭스와 2006년 수출 계약을 한 배경도 특허 분쟁에서 자유로운 기술력을 갖췄다는 점이 작용했다. 가격도 글로벌 기업 제품의 80% 수준으로 경쟁력을 갖췄다. 아이센스는 미국 일본 유럽 등 세계 70여개국에 혈당 측정기를 수출하고 있다.

◆한눈팔지 않고 R&D에 집중

창립 후 혈당 측정기 연구개발(R&D)에만 집중한 것도 아이센스가 지속적으로 성장한 비결이다. 아이센스는 1~2년마다 꾸준히 신제품을 출시했다. 데이터 저장, 저혈당 알림 등 기능을 향상했다.

국내에서 처음 혈당 측정기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은 인포피아가 자동 약포장기, 디지털 병원 수출 등 사업 다각화에 열을 올린 것과 대비된다. 인포피아는 실적 부진 등이 겹친 데다 창업자 배병우 회장이 최근 검찰에 구속되면서 코스닥에서 상장폐지되는 등 수난을 겪고 있다.

아이센스는 지난 2분기 32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1일 공시했다.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1.2% 늘어난 수치다. 영업이익은 27.2% 증가한 68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본격적으로 진출한 중국에서의 실적이 눈에 띈다. 올 상반기까지 중국 매출은 81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42억원)보다 90.2% 급증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아이센스가 중국 시장에서의 선전에 힘입어 올해 매출 12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차 대표는 “제품 라인업 강화와 기능 개선 등 핵심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세계시장 점유율을 높여 글로벌 진단기기 전문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