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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전문] 정세균 국회의장 "기업인 불편, 나라도 나서 해결하겠다"

입력 2016-07-31 17:29:13 | 수정 2016-07-31 18:3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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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국회의장은 국회의원 중에선 드물게 기업에서 오래 일한 경력이 있다. 옛 쌍용그룹에 1978년 입사해 17년간 근무하면서 상무이사까지 지냈다. 정 의장은 선입견과 달리 정치권이 기업 이상으로 치열하게 일하는 곳이지만 비효율적인 면이 많다고 지적했다. 정 의장은 31일 국회 집무실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정치권에 입문해서 6선 의원을 지내는 동안 국회가 종종 시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을 보면서 법·제도가 미비해 기업이 투자를 못하는 일은 없도록 해야겠다는 문제의식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국회의장이 되자마자 기존 매뉴얼을 고집하는 사무처 직원들에게 기업에서 일하는 방식을 알려줬다”고 했다. 그는 “기업인이 불편한 것을 얘기해 주면 나라도 나서겠다”며 경제계 인사들과의 소통을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기업인 출신으로 정치권이 가장 먼저 고쳐야 할 것은 무엇이라 생각합니까.

“제가 일했던 종합무역상사는 기업 중에서도 가장 치열한 곳인데 정치권에 와서 보니까 훨씬 더 치열하더라고요. 국회의원들이 참 열심히 일한다고 느꼈습니다. 그렇지만 임기응변식으로 일하고 능률적이지 못한 것이 굉장히 많아 안타깝습니다. 죽도록 노력하는데 국민 앞에 내놓을 결과물이 없어요. 20대 국회 들어서 의원 사무실 비품을 모두 교체해 예산 낭비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는데 기업에선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정해진 사용 기한이 다 됐더라도 멀쩡한 물건은 더 써야죠. 국회 사무처 직원들에게 기업에서 일하는 방식을 알려줬습니다.”

▷20대 국회 들어 발의된 1000개 이상의 의원입법 중 상당수가 불량 법안입니다. 의원입법의 질적 수준을 높일 방안이 없을까요.

“국회나 시민단체가 국회의원을 평가하는 기준이 정량 평가에 치우쳐 있습니다. 법안 건수로 평가하는 것이죠. 정량 평가보다 질적인 면을 따지는 정성 평가를 제대로 해야 합니다. 국회의원 입법 활동을 지원하는 예산이 있는데 법안 건수만이 아닌 내용을 평가해서 차등 지원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의정활동하면서 냈던 법안 중 가장 의미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저출산고령사회 기본법과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을 발의해 통과시켰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법이죠.”

▷저출산 해결을 위해 국회가 할 일은 없을까요.

“국회에 저출산·고령화대책 특별위원회를 설치했습니다. 원래 다른 특위를 만들자고 하던 것을 국회에 저출산특위가 없으면 안 되겠다 싶어서 설치하자고 했죠. 저출산 대책은 100년 대계입니다.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본인 임기 중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고 해서 소홀히 해선 안 되죠. 저출산이 이미 오래 전에 시작됐는데 2000년대 초까지 과거의 산아제한 정책을 실시했으니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김영란법에 대해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부정부패를 발본색원하자는 것에는 이의가 없겠죠. 그러나 법이라는 것은 지킬 수 있어야 합니다. 이상에 치우친 나머지 사문화된 법도 있죠. 다만 이미 만든 법을 되돌리기는 어렵습니다. 김영란법을 통해 선진국 수준으로 투명한 사회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시행 후 문제점이 드러나면 빨리 고치면 됩니다. 소비가 침체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지만 부정부패가 줄고 저비용 사회가 되면 소비가 활발해질 것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국회의원 특권의 핵심인 면책특권과 불체포특권을 어떻게 풀 생각입니까.

“일부에서 국회의원 특권이 200가지라고 하는 데 그건 좀 과장됐습니다. 하지만 국민이 그렇게 생각한다면 아니라고만 하지 말고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해야죠. 20대 국회에선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을 이용하는 방탄국회가 없도록 하겠습니다. 방탄국회란 용어가 사라지게 하겠습니다. 면책특권은 폐지보다는 오남용을 방지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국회의원의 발언을 지나치게 제약하면 국회 의미가 없어집니다.”

▷정권의 임기 말 국정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습니다.

“국회는 정부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역할뿐만 아니라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특히 민생과 관련된 정책을 제안하고 정부를 이끌어가는 역할을 강화할 필요가 있어요. 정부는 후반기지만 국회는 이제 시작입니다. 정권 레임덕(임기 말 권력 누수)은 어쩔 수 없다고 해도 국가 레임덕은 막아야죠. 국정 공백이 생기면 국회가 메워줘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여야 협치가 중요할 텐데요.

“3당 체제가 협치엔 더 유리한 조건입니다. 양당 체제에선 한쪽이 반대하면 아무것도 안 되죠. 3당 체제에선 둘이 손잡으면 한쪽도 따라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서로 눈치도 보고요. 두 당이 합리적으로 접점을 찾아가면 나머지 한 당이 무작정 반대할 수 없는 구조입니다. 지금까지는 대화가 잘 되고 있습니다. 타협까지는 이르지 못했지만 가능성은 있다고 봅니다. 여야 협치만이 아니라 국회와 정부 간 협치도 중요합니다. 그런 점에서 각종 의혹을 받고 있는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은 과거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적절히 처신하는 것이 옳습니다.”

▷의장 취임하면서 대통령을 도울 일이 있으면 돕겠다고 했는데요.

“그렇습니다. 특히 민생과 관련된 일은 적극적으로 도울 것입니다. 대통령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국회를 위한 일이기도 하죠.”

▷사드(THAAD·고(高)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와 관련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정부가 국회와 한 마디 상의도 없이 일방통행을 했어요. 국회의장은 물론이고 국방위원회, 외교통일위원회와도 소통이 없었죠. 그 정도 중차대한 일은 국민 이해를 구해야 하는데 국민 대표기관인 국회와 상의하지 않고 어떻게 할 수 있겠습니까. 이 정부가 소통에 관한 한 빵점입니다.”

▷역대 정권을 볼 때 인사가 정권을 망친 사례가 적지 않았습니다.

“대표적인 실패 사례가 홍기택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부총재죠. 공공기관장이 공석인 채로 있는 곳도 많습니다. 외부에서 데려올 사람이 없으면 내부에서 승진시키면 되지 왜 비워놓는지 모르겠습니다. 기관장이 없는데 그 기관이 제대로 돌아가겠습니까.”

▷정치권에서 개헌 드라이브를 걸지만 대통령이 반대하면 쉽지 않을 텐데요.

“박근혜 대통령도 개헌을 공약했습니다. 그때의 초심으로 돌아가 줬으면 합니다. 개헌에 성공하면 그것도 대통령 업적 아닙니까. 30년 전 한국과 지금 한국은 상전벽해입니다. 그 변화를 헌법에 반영해야 합니다. 제왕적 대통령제 폐해는 다 알고 있습니다. 알면 고쳐야죠. 대통령 4년 중임제가 좋다고 생각하지만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고집할 생각은 없습니다. 대통령에 집중된 권력을 분산하는 것이 개헌의 핵심이고, 그렇게 되면 내각제건 이원집정부제건 상관없습니다.”

▷경제민주화가 기업에 부담을 준다는 우려가 많습니다.

“국회는 한두 명이 아니라 집단적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곳입니다. 대부분 합리적으로 판단합니다. 일자리를 어떻게 만들고 경제를 활성화할지에 대해 국회가 많은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 바른 결정을 해야 합니다.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으로 흐르는 것은 자제해야 합니다. 기업인들도 국회에 할 얘기가 있으면 전달해서 합리적으로 조정하도록 해야죠.”

▷경제계와 자주 소통하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언제든지 소통할 준비가 돼 있습니다. 기업인에게 불편만 주는 국회가 아니라 힘이 되는 국회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법은 사회 변화를 뒤좇아가는 경향이 있는데 이제 진일보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드론 로봇 등 새로운 산업이 탄생하고 있잖아요. 신성장동력을 발굴하고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선 새로운 분야에 대한 법과 제도를 미리 정비해야 합니다. 산업이 있는데 법이 없으면 안 되죠. 기업인들이 불편을 얘기해 주면 나라도 나서서 하겠습니다.”

▷남북관계가 완전히 막혀 있는데 국회 차원에서 채널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요.

“제헌절 경축사에서 6자회담 당사국 의회 간 대화를 제안했습니다. 제재를 하더라도 대화를 병행해야 합니다. 전쟁 중에도 대화를 하지 않습니까. 제재를 하지 않을 수는 없지만 제재를 지렛대 삼아 대화를 해야지 제재만 해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주변국과의 관계도 흐트러지고 있습니다. 외교는 정부가 하는 것이지만 6자회담 당사국들과 의원외교를 활성화해 정부를 지원할 방법이 없을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외유성이 아닌 내실있는 의원외교가 필요할 텐데요.

“일하는 의원외교가 돼야 한다고 많이 강조합니다. 국제기구 회의라든지 필요한 곳에는 가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 대해선 철저히 관리하려고 합니다. 외유성으로 해외에 나가는 것은 곤란합니다.”

▷현대아산 출신 김영수 대변인을 발탁하는 등 파격 인사에 담긴 뜻이 있습니까.

“탕평인사를 했습니다. 우윤근 사무총장은 전남 출신이고, 김교흥 비서실장은 경기, 정성표 정책수석은 전북, 이승천 정무수석은 경북, 김 대변인은 부산이죠. 여러 가지를 다 감안한 것입니다.”

▷지난 총선 때 여론조사에서 계속 뒤져 걱정하지 않았습니까.

“여론조사가 잘못됐다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힘이 빠지고 불쾌하고 때로는 화도 났습니다. 집전화 여론조사는 실제 민심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을 여론조사 회사도 알고, 정치인도 알고, 언론사도 압니다. 여론조사 관련 제도 개선이 필요합니다.”

▷국무총리와 대통령을 빼고는 다 해 보셨는데 대권 욕심은 없습니까.

“의회주의자에겐 국회의장이 명예로운 자리입니다. 사실 나름대로 (대권) 준비를 좀 했어요. 그런데 도널드 트럼프(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같은 재주가 없어서요.(웃음) 국회의장은 명예로운 자리이기보다는 일해야 하는 자리입니다. 대권 준비는 과거지사가 됐고 국회의장직을 어떻게 잘 수행하느냐만 생각하고 있습니다.”

유승호/은정진 기자 us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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