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랜드 철거하겠다더니…1년 만에 또 말바꾼 서울시
경기 과천시에 있는 복합놀이공원 서울랜드의 운영 방안을 놓고 부지 소유주인 서울시가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10여년간 서울시가 잇달아 일방적으로 서울랜드 운영 계획을 번복하거나 취소하면서 투자의 불확실성만 높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랜드를 내년 5월부터 친환경 놀이공원으로 조성하겠다는 당초 계획을 검토한 결과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에 따라 백지화하기로 했다”고 31일 밝혔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랜드를 운영하는 (주)서울랜드와 계약이 끝나는 내년 5월에 현 놀이시설을 철거하고, 전기를 쓰지 않는 친환경 무동력 놀이공원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지난해 6월 발표했다. 1988년 개장한 서울랜드는 시설이 낡고 단순 오락 위주의 놀이시설로 구성돼 에버랜드와 롯데월드 등 다른 놀이공원과 차별화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검토 결과 당초 계획으로는 현실적으로 수익을 낼 수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며 “기존 놀이시설을 유지하고, 일부 부지에만 친환경 시설을 조성하는 새 계획을 최근 확정했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1년여 만에 계획을 백지화하면서 노후화한 서울랜드 놀이시설에 대한 투자가 차일피일 늦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는 10여년 전인 2004년에도 서울랜드 운영 방안을 놓고 (주)서울랜드와 소송전을 벌였다. 서울시는 1984년 (주)서울랜드와 ‘20년 무상, 10년 유상’ 운영 계약을 맺었다. 유상 계약 기간이 끝난 2004년 서울시가 서울랜드 부지에 디즈니랜드를 유치하기로 방침을 세우면서 10년 유상 사용 계약을 거부하자 (주)서울랜드는 소송을 냈다. 대법원은 2009년 서울시가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한 것은 적법하지 않다며 (주)서울랜드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시는 소송이 진행 중이던 2004년부터 2009년까지 5년 동안에는 1년씩만 계약을 연장해줬다. (주)서울랜드 관계자는 “매년 연장 계약을 하는 상황에서 미래를 내다보는 시설 투자를 하기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이 기간 서울랜드의 시설 투자비는 연평균 2억원에 그쳤다. 법정 다툼이 있기 전인 1988년부터 2003년까지 연평균 38억원을 시설 투자에 쓴 것과 비교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내년 5월 (주)서울랜드와의 계약이 끝나는 대로 입찰에 착수할 것”이라며 “어떤 업체가 낙찰될지 현재로선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