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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개방·다원주의가 EU 재건의 초석

입력 2016-07-29 18:26:55 | 수정 2016-07-29 23:55:52 | 지면정보 2016-07-30 A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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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로 위기 맞은 유럽통합
열린시장 다원주의에 초점 맞춰
내부결속 다지며 개혁에 나설것"

박희권 < 주스페인 대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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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Brexit: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는 유럽통합 노력에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이 될 것인가, 아니면 극복 가능한 또 하나의 장애물에 불과할 것인가.

우선 유럽연합(EU)과 영국 간 탈퇴협상은 앞으로 유럽통합 노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리스본 조약은 제50조에서 탈퇴를 규정하고 있다. 영국이 EU 회원국을 상대로 탈퇴를 정식통보하면 제50조가 발동되며 이후 2년간 탈퇴협상이 진행된다. 탈퇴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회원국 전체인구 65% 이상을 대변하는 최소 20개국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며 유럽의회의 승인으로 탈퇴가 확정된다. EU 회원국 27개국 전원이 동의할 경우 협상기간의 연장이 가능하나 그렇지 않으면 영국에 대한 EU 조약의 적용은 자동 중단된다.

EU 회원국은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영국 탈퇴협상을 조속히 진행하기를 희망할 것이다. 그러나 영국의 국내 사정상 탈퇴협상 개시 및 진행에는 상당한 시간과 우여곡절이 예상된다. 무엇보다도 브렉시트 결정 이후 영국 정치지도자들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EU·영국 관계에 관해서는 노르웨이 모델(EEA), 스위스 모델(분야별 양자협정), EU·영국 간 자유무역협정 체결, 세계무역기구(WTO) 모델 등이 가능한 선택지로 거론된다. 노르웨이 모델은 인력의 자유로운 이동을 수용하고 있고 스위스 모델은 영국이 강점인 서비스 자유화가 없는 점 때문에 영국이 그대로 수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EU로서는 추가 탈퇴를 차단하기 위해 탈퇴에 따르는 비용을 영국이 최대한 치르게 하는 것이 필요하나 탈퇴 후 건설적인 관계설정의 필요성과 상호의존적인 경제현실을 감안할 때 적정한 수준에서 타협이 불가피하다.

EU는 브렉시트로 야기된 회원국들의 동요를 진정시키고 추가 이탈을 방지하며, 프랑스,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등 상당수 회원국 내 극우정당, 반(反)EU정당의 입지를 약화시키기 위해 개혁을 추진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가입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세르비아와 가입을 희망하는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몬테네그로 등에 대한 EU의 외연 확대보다는 내부지향의 공고화 작업에 주력할 가능성이 크다.

EU 통합의 이익과 번영에도 불구하고 브렉시트를 초래한 데에는 유럽의 통합속도가 사회안전망 확충과 교육을 통해 유럽시민들이 적응할 수 있는 시간, 공간과 수단을 훨씬 빨리 앞지른 데 기인한 측면도 있다. 특히 브렉시트의 주요 원인이 된 이민 문제를 둘러싸고 회원국의 자율성을 확대하는 등 통합속도를 조절해 나갈 것이다.

유럽 내 최대 군사력과 방위비, 외교력을 자랑하는 영국의 탈퇴로 인해 EU·미국 간, EU·국제사회와의 외교안보협력에 다소 변화는 불가피할 것이다. 그러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중심으로 한 능동적 협력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EU의 외교안보분야 협력은 NATO와 함께 독일과 프랑스가 중심이 되는 공동안보방위 정책 등 2개의 축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있다. 이 과정에서 독일의 역할이 강화될 전망이다.

EU는 지난 60여년간 시행착오를 거치며 유럽통합을 발전시켜 왔다. 수많은 실패와 도전을 극복하고 보다 긴밀한 통합을 위한 토대를 쌓음으로써 유럽의 평화, 번영, 민주주의와 자유의 확산에 기여했다. 1980년대 유럽은 극심한 경기침체를 겪었으나 이는 80년대 후반 EU를 출범시키는 계기가 된 것이 좋은 예다. 브렉시트로 인해 EU는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현명한 유럽인들은 폐쇄보다는 개방이, 분열보다는 통합이, 닫힌 시장보다는 열린 시장이, 일원주의보다는 다원주의가 인류 발전에 기여해 온 역사적 교훈을 바탕으로 새로운 유럽을 재건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

박희권 < 주스페인 대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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