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클린턴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28일(현지시간) 후보수락 연설을 통해 집권 시 펼쳐나갈 경제와 외교·안보분야 비전을 제시했다. 클린턴 후보는 이날 “모든 미국인은 힘을 합쳐 우리 나라를 더욱 자유롭고 공정하며 강하게 만들자”며 “누구도 그것을 홀로 할 수 없으며 그것이 우리가 함께하면 더 강한 이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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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분야에서는 중산층 부활을 위한 일자리 창출과 소득증대 방안을, 외교·안보는 동맹관계 강화를 통한 안보 확보를 키워드로 내세웠다. 대대적 감세를 통한 경제부활과 ‘미국 우선주의’의 고립주의 외교 방침을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의 공약과 대별된다.

◆부자증세·이익공유제 도입

< “함께하면 더 강해진다” > 힐러리 클린턴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28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웰스파고센터에서 열린 전당대회 나흘째 행사에서 후보 수락 연설을 마친 뒤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필라델피아AFP연합뉴스
< “함께하면 더 강해진다” > 힐러리 클린턴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28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웰스파고센터에서 열린 전당대회 나흘째 행사에서 후보 수락 연설을 마친 뒤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필라델피아AFP연합뉴스
클린턴 후보는 이날 연설에서 중산층 복원을 강조하며 소득증대와 좋은 일자리 창출에 매진할 뜻을 분명히 했다. 그 실행 방안으로 세 가지를 제시했다. 그 중 하나가 중산층의 소득을 즉각 올릴 수 있는 ‘회사이익 공유제’다. 회사가 낸 이익을 주주뿐 아니라 종업원에게 나눠주면 종업원에게 배분된 만큼 세액을 공제해주는 방안이다. 일부에선 ‘(종업원의) 이익배당 참여제’로 표현하기도 한다. 클린턴 캠프 측은 근로자에게 나눠준 이익의 15% 정도를 2년간 세액공제해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 번째는 부자 증세다. 클린턴 후보는 이날 “많은 이익을 낸 기업(이나 개인)이 그만큼 사회에 돌려주는 게 애국적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동안 캠프에서 다듬어 온 ‘버핏세’ 도입을 공식화한 것이다. 버핏세는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이 자신(17.4%)이 비서(36%)보다 낮은 세율을 적용받는 것은 잘못됐다며 부자가 더 내게 세제를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한 이후 붙은 이름이다. 클린턴 캠프에서는 연간 100만달러 이상을 버는 부자에게 공제를 아무리 많이 받아도 최저 30% 세율을 내고, 500만달러 이상이면 34%를 내도록 하는 안을 제시했다. 저소득층을 위해서는 각종 사회안정을 강화해 궁극적으로 ‘위에서 더 내고, 아래는 덜 내는’ 세제를 내놓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2차 대전 후 최대 규모의 일자리 창출 프로젝트를 집권 후 100일 안에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클린턴 후보는 “제조업과 친환경에너지산업, 혁신산업, 소규모 기업, 인프라분야에서 일자리를 창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세계 경제 공황 이후 1933년부터 4년간 뉴딜정책을 추진해 60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었다.

◆트럼프는 감세·규제완화

트럼프 후보의 경제공약은 클린턴의 부자 증세 및 사회보장제도 강화라는 분배위주 경제정책과 대별된다. 트럼프는 소득세 최고세율을 39.6%에서 25%로 낮추고, 법인세율도 15%로 단일화하는 12조달러(10년간)짜리 대규모 감세안을 공약으로 제시하고 있다. 석유, 석탄 등 기존 에너지산업에 대한 탄소규제 등도 대폭 완화하겠다는 공약도 내놓았다.

두 후보는 보호무역에 관해서는 비슷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클린턴과 트럼프가 경제공약에서 상당 부분 대척점에 서 있지만 통상분야만큼은 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보호무역주의 기조를 강화한다는 점에서 같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클린턴 후보의 최측근으로 불리는 토리 매컬리프 버지니아 주지사는 지난 25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힐러리는 자유무역주의에 찬성한다”며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은 당선 뒤 수정을 거쳐 의회에서 통과될 것”이라고 말했다. 클린턴 후보는 이날 무역협정 재검토는 언급하지 않은 채 중국 등의 불공정한 무역행위에 대해 대응해야 한다고만 말했다.

◆동맹 강화 vs 고립주의

클린턴 후보는 이날 트럼프의 분열·고립주의 노선에 대해선 단합과 동맹을 강조했다. 그는 “미국은 다시 한번 심판의 순간에 섰다”며 “강력한 힘들이 우리를 서로 떼어 놓고자 하고 있으며 신뢰와 존중의 유대가 닳아 헤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을 만든 건국의 아버지들처럼 (문제 해결은) 오직 우리 손에 달렸다. 힘을 합쳐 모두가 함께 일어설지를 결정해야 한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필라델피아=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