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판 '황의 법칙' 통했다
KT가 4년 만에 4000억원이 넘는 분기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통신사의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인 무선가입자당 월평균매출(ARPU)에서도 시장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을 제쳤다. 이동통신 3사가 2012년 일제히 LTE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KT가 ARPU에서 SK텔레콤을 앞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LTE 가입자 확대가 매출·이익 쌍끌이

KT는 2분기 영업이익(연결재무제표 기준)이 전년 동기 대비 15.8% 증가한 4270억원으로 집계됐다고 29일 공시했다. 매출은 같은 기간 4.5% 증가한 5조6776억원을 기록했다. 분기 영업이익이 4000억원대를 찍은 것은 2012년 1분기 이후 처음이다. 애초 증권가에서 예상한 3700억원대 영업이익을 크게 뛰어넘은 실적이다.

주력사업 분야인 무선통신 사업 부문과 인터넷TV(IPTV) 등 미디어사업 부문의 호조가 매출과 영업이익의 동반 성장을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무선통신사업 매출은 가입자 증가와 상대적으로 고가 요금인 LTE 보급 확대로 전년 동기 대비 2.8% 증가한 1조8801억원을 기록했다. 무선가입자는 작년 2분기 1764만7000명에서 올해 2분기 1837만8000명으로 4.2% 증가했다. 이 중 LTE 요금제 가입자 비율은 같은 기간 67.4%에서 74.1%로 6.7%포인트 높아졌다.

무선 분야 ARPU 지표 개선도 두드러졌다. ARPU는 통신사의 매출, 영업이익 증감과 직결되는 요인이다. KT의 2분기 무선 ARPU는 3만6527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 늘었다. 역대 최고치다. 2012년 LTE 도입 이후 SK텔레콤에 최고 600원 가까이 뒤졌지만, 2분기엔 처음으로 SK텔레콤(3만6025원)을 500원 넘게 따돌렸다.

신광석 KT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무선, 미디어사업 외에도 유·무선 기가(GiGA) 인프라를 토대로 한 그룹사 사업의 영업이익이 25% 이상 늘어나며 실적을 견인했다”며 “하반기에는 사물인터넷(IoT), 기업전용 LTE 서비스 등 미래 융합사업도 본궤도에 올라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黃의 마법’ 통했나

KT의 2분기 깜짝 실적 배경에는 2014년 1월 취임 이후 유·무선 사업 차별화, 계열사 조정에 주력한 황창규 회장의 혁신 리더십이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황 회장은 기가 인프라를 토대로 인간과 모든 사물을 연결하고, 기술융합 사업을 발굴하는 ‘기가토피아’ 전략을 강조해왔다. 취임 후 통신사업과 관련 없는 KT렌탈 등 17개사를 매각하는 등 통신 융합 사업에 올인하기 위한 기반을 닦았다. 2012년부터 3년간 적자를 면치 못했던 KT는 지난해 1조2929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연간 영업이익 ‘1조 클럽’에 복귀했다.

주가에 대한 시장 전망도 밝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무선 ARPU의 상승 추세를 볼 때 이동통신 3사 가운데 3분기 이후 큰 폭의 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회사는 KT가 유일하다”며 “주력인 무선통신과 미디어 분야의 꾸준한 실적 개선이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내년 지상파 방송의 초고화질(UHD) 방송 상용화를 앞두고 UHD 서비스에서 한 발 앞서 있는 KT가 IPTV 가입자를 늘릴 수 있는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KT 주가는 전날 대비 250원 오른 3만1750원에 마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