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혜원 기자 ] 차체가 큰 BMW 7시리즈. 좁은 공간에 주차를 하기에는 부담되는 크기다. 간신히 주차를 했다 하더라도 협소한 공간 탓에 운전자가 차 문을 열고 내리기가 힘들 것 같다.

이런 생각이 들 때 유용한 기능이 있다. 리모트 콘트롤 파킹(RCP)은 차에서 내려 스마트키로 버튼을 누르면 자동주차를 가능하게 한다. 기능을 사용해봤다. 차에서 내린 후 스마트키로 자동주차 기능을 실행하자 자동차가 앞뒤로 움직이면서 스스로 주차를 한다.

마틴 슈토이렌탈러 BMW코리아 R&D센터 이사는 "자동주차 기능은 좁은 공간에서 차를 주차하고 내릴 때 흔히 발생하는 '문 콕'을 방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운전 중 더 큰 소리로 음악을 듣고 싶지만 전방 주시를 하면서 음량 조절을 하기가 쉽지 않다. 그럴 때는 손가락을 시계방향으로 돌려주면 된다. 오른손을 운전석 옆 센터페시아 쪽으로 살짝 뻗어 손가락을 돌리자 음악 소리가 점점 커졌다. 반시계방향으로 돌리면 다시 음량이 줄어든다.
[시승기+] BMW 가솔린 740Li 타보니…앞자리는 역동적·뒷좌석은 안락 '반전 매력'
플래그십(최고급형) 대형 세단 BMW 7시리즈는 이 같은 첨단 기능을 다양하게 갖췄다. 7시리즈는 운전기사를 두고 타는 '쇼퍼 드리븐카'의 성격을 지닌 차급. 하지만 차량에 탑재된 다양한 기능들은 '사장님'보다는 '운전자'를 더 배려했다.

하지만 결국 차량 구매를 하는 사람은 사장님이다. 그래서 7시리즈가 메르세데스벤츠의 S클래스의 기세에 고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올 상반기 벤츠 S클래스가 4015대 팔리는 사이 BMW 7시리즈는 1158대 판매에 그쳤다.

상반기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BMW코리아는 지난 5월 출시한 디젤 엔진의 7시리즈보다 정숙하고 뒷자석 공간이 더 늘어난 가솔린 모델을 출시했다. BMW는 뒷좌석이 더욱 편안해진 '740Li x드라이브'를 통해 하반기 사장님 고객 잡기에 나설 예정이다.

지난 27일 740Li x드라이브를 타봤다. 뒷좌석의 편의 사양을 홍보하기 위해 BMW 측은 뒷자리 시승을 권했다. 시승 구간은 서울 삼성동 전시장에서 경기도 가평 아난티클럽을 왕복하는 구간. 가평까지는 뒷좌석에 앉아 이동했고, 서울로 돌아오는 구간에서는 운전대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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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0Li x드라이브는 일반 모델보다 140mm 길어진 휠베이스(앞뒤 바퀴 간 거리)를 대부분 뒷좌석 공간으로 할애했다. 동승자석을 앞으로 90mm까지 이동시킬 수 있지만, 굳이 동승자석을 앞으로 밀지 않아도 뒷좌석 공간은 충분히 넉넉하다.

120km/h를 넘나드는 고속에서도 고요한 실내에 앉아 수면 위치를 선택하니 동승자석이 앞으로 접히면서 발을 올려놓을 수 있는 발걸이가 나왔다. 항공기 좌석처럼 좌석을 뒤로 눕혔다. 가볍게 몸을 기대고 눈을 지그시 감으니 항공기 1등석에 착석한 듯한 착각도 들었다.

하지만 앞좌석에 타면 분위기가 반전된다. 고요하고 평화로운 뒷좌석 분위기와 달리 운전석에서 운전대를 잡으면 역동적인 주행성능을 경험할 수 있다. 3.0L 직렬 6기통 트윈파워 터보 가솔린 엔진은 제로백 5.2초의 강력한 성능을 만들어낸다. 최고출력은 326마력, 최대토크는 45.9kg·m에 달한다.

이 차의 가속 성능은 대형 세단이 가진 무게감을 가볍게 뛰어넘는다. 가속 페달을 밟자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속도가 올라갔다. 일부 구간에서 120km/h 이상으로 가속해 달렸지만 안정감은 탁월했다.

제동 능력은 안정감을 더욱 보조한다. 주행 중 갈림길에서 앞 차가 급제동하는 순간, 기자도 브레이크를 급하게 밟았다. 하지만 이 차는 착지하고자 하는 구간에 정확하면서도 부드럽게 멈췄다. 제동능력이 뒷받침되니 가속 주행이 더욱 편하다.

주행 중간에 깜빡이를 켜지 않고 차선을 넘자 운전대가 진동하며 차선 안쪽으로 약간 차량이 이동하도록 살짝 움직인다. '차선이탈 방지 장치' 효과다. 이 기능은 양평 중미산의 커브길이 이어지는 구간에서 돋보였다. 산길을 안전하게 주행할 수 있도록 도왔다.

90도 가량 꺾어지는 급커브 구간에서도 속도를 줄일 필요가 없었다. 코너링할 때 지나친 쏠림을 방지하는 '전자식 안티 롤 바'는 차체의 균형을 유지한다. 가격은 1억4920만원이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