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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장이 들려주는 책 이야기] '책 읽기 포기한 미래사회', 지금과 닮아 있진 않은지

입력 2016-07-28 18:29:55 | 수정 2016-07-29 01:25:31 | 지면정보 2016-07-29 A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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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숙희 서울시립 고척도서관장 - 화씨 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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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로 건물이나 물건을 불태우며 공공에 해를 끼치는 이를 ‘방화범(放火犯)’이라 한다. 미국 SF작가 레이 브래드버리가 쓴 《화씨 451》에는 ‘방화수’라는 직업이 나온다. 방화는 범죄인데 이를 직업으로 삼는 사람이 있다니 도대체 무슨 일인가. 이 책에 나오는 한 구절을 보자.

“몬태그는 건너편 벽에 붙어 있는, 100만권은 됨 직한 금서들의 목록을 쳐다보았다. 지난 몇 년 동안 그 책들은 그의 점화기에서 나온 불꽃들에 의해 한줌의 재로 변해 가고 있다. 그들이 갖고 다니는 파이프와 분출구에선 생명수가 아니라 등유가 뿜어져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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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화수는 바로 ‘역사의 유물’인 책에 불을 지르는 사람들이다. 사람들이 말초적이고 단편적인 삶을 살도록 생각과 사고를 통제하려고 이런 직업을 만들었다. “요즘은 방화수들이 별로 필요치 않아요. 대중들 스스로가 책 읽는 것을 거의 포기했소.” 비판적인 사고를 할 수 없게 된 대중은 우매화 정책에 젖어든다. 방화수로 일하는 주인공 몬태그는 아무 의문 없이 자신의 임무를 수행한다. 그러나 어느 날 생동감 넘치는 소녀 클라리세를 만난 뒤 상황이 변한다. 몬태그는 클라리세를 통해 자신의 삶이 텅 비었음을 깨닫는다. 책을 불태우는 자신에게 환멸을 느끼고 다르게 살기로 결심한다.

이 소설을 읽다 보면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사회와 무척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소설 속 사회에서는 책을 소장하거나 읽으면 범죄자가 돼 방화수에 의해 책과 함께 불태워질 수 있다. 천천히 걸으면 감옥에 잡혀가기 때문에 들판의 장미를 오래 관찰하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는다. 집 안의 온 벽은 텔레비전과 소음으로 가득하다. 그 벽과 대화하며 긴 시간을 보내지만 사람 사이의 진지한 대화는 불편하고 거추장스럽다. 60여년을 앞선 작가의 통찰력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판타지이지만 한편으로 현실에 대한 촌철살인을 담고 있다.

책에 나오는 검열과 통제가 비단 국가라는 범주에서만 벌어지는 일일까. 도서관과 가정에서도 이런 일을 심심찮게 본다. 입양과 다문화를 다룬 만화책 《꿀색》, 비방과 ‘왕따’를 소재로 다룬 동화 《나는 슈갈이다》, 덴마크 사회를 살펴보고 우리 사회에 대안을 제시한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 등의 책으로 토론 및 저자 강연회를 마련했다. 많은 학부모가 참여했는데 공통의 화두는 ‘우리 아이에게 이 책을 읽힐 것인가’였다. 대부분의 학부모는 만화책이어서, 선정적인 부분이 있어서, 지나치게 이상적이어서 등의 이유로 ‘우리 아이는 읽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검열했다.

아이들 스스로 다양한 현실을 마주하고 그 안에서 대안과 역할을 찾는 걸 어른들이 막아서는 안 된다. 아이들은 어른보다 자아와 사회에 대해 훨씬 더 치열하게 고민하고 궁금해하고 있다. 그들에게 충분히 질문하고 고민하고 깨달을 수 있는 시간을 줘야 하지 않을까. 부모로서 걱정된다면 ‘함께 읽기’를 권한다. 함께 읽고 토론하며 아이들이 생각을 양지로 끄집어내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 아이들은 보다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다.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박상준 옮김, 황금가지, 279쪽, 1만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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