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구조조정 기업에 대한 세제 지원을 늘린다. 기업이 구조조정 목적으로 회사를 분할하거나 계열사와 합병할 때 세금을 늦게 내도 되는 특례를 대폭 늘리는 게 핵심이다. 구조조정을 진행 중인 해운업체의 부담을 덜 수 있도록 톤세 방식(보유한 선박의 무게에 따라 세금을 내야 하는 제도)도 개선한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기업의 세금 부담을 줄여 적극적인 자율 구조조정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2016 세법 개정안] 분할·합병 때 세금납부 연기 특례 확대…구조조정 '지원사격'
○과세이연 적용 요건 완화

현행 법인세법은 기업이 구조조정 목적으로 사업부를 분할하거나 자회사에 출자하더라도 지분 50% 이상을 무기한 유지해야 과세이연(세금 납부시기를 지분 처분 시점까지 늦춰주는 것) 혜택을 준다. 지분율이 50% 밑으로 떨어지는 순간 해당 사업연도의 양도차익 전액에 대해 세금을 부과한다. 정부는 법인세법을 개정해 지분 50% 이상 의무보유 기간을 3년으로 단축하기로 했다.

기업이 분할하거나 출자한 계열사가 추가 구조조정을 위해 다른 계열사와 주식을 교환하거나 현물을 출자해도 과세이연 특례는 유지된다.

○해외 자회사 간 합병도 과세 특례

기업활력제고특별법상 사업재편 계획에 따른 합병 시 과세이연 요건도 완화된다. 지금은 합병 대가의 80% 이상을 주식으로 받아야 과세이연이 가능했지만 내년부터는 이 비율이 70% 이상으로 낮아진다. 합병으로 생긴 기계 건물 등의 중복자산을 팔고 새로운 자산을 취득하지 않아도 중복자산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이연이 유지된다.

해외 자회사 간 합병 때 발생하는 이익에 대해서도 과세특례 인정을 해준다. 해외 자회사 부실로 인한 구조조정 필요성이 크다는 현실을 감안한 조치다.

금융회사의 구조조정 기업에 대한 출자전환에도 세제 혜택을 준다. 예컨대 은행이 A회사에 대한 대출채권 100억원을 시가 60억원인 A회사 주식으로 전환할 경우 은행은 주식 취득가를 채권의 장부가액인 100억원으로 인식해 별다른 손익이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나 앞으로는 A회사의 주식 취득가를 채권의 장부가액 대신 주식의 시가인 60억원으로 인식하도록 바꾼다. 이렇게 되면 은행은 100억원을 대출해줬지만 주식은 60억원을 얻는 데 그쳐 40억원의 손실이 생긴다. 손실이 발생하면 금융회사로서는 법인세가 줄어드는 효과가 생긴다. 금융사가 기업의 재무구조 개선을 원활히 지원할 수 있도록 돕자는 취지다.

해운기업 구조조정을 지원하기 위한 맞춤형 세제 개선안도 나왔다. 해운사는 선박의 톤수와 운항일수를 기준으로 추정이익을 산출해 세금을 부과하는 ‘톤세’ 방식과 영업이익에 과세하는 ‘일반 과세’ 중 선택할 수 있다. 톤세를 선택한 해운사는 해운업 불황으로 운항을 안 하는 경우에도 선박 무게를 기준으로 적지 않은 세금을 부과받고 있다. 기재부는 톤세를 선택한 해운사가 2016~2017년에 한해 톤세 적용을 포기하는 것을 허용할 계획이다.

○시설투자 중견기업 세 부담 줄어

중소기업만 혜택을 봤던 설비투자 가속상각제도(설비투자 자산에 대한 감가상각 기간을 절반으로 단축해주는 것)가 중견기업에도 확대 적용된다. 예컨대 중견기업이 100억원짜리 설비를 취득했다면 현재는 4년간 25억원씩 감가상각해야 하지만 앞으로는 2년간 50억원씩 상각할 수 있다. 감가상각은 회계상 비용으로 처리되는 만큼 기업으로선 설비투자 초기 법인세 부담이 줄어들게 된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