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적 디자인에 그림·사진까지…문예지의 화려한 변신
문예지의 파격적 ‘변신’이 잇따르고 있다. 소수의 문학 애호가나 전문가를 대상으로 하기보다는 잡지처럼 화려한 디자인과 편집으로 일반 독자 취향에 맞게 꾸민 것이 특징이다.

28일 출판계에 따르면 창비는 대중적 취향의 새 문학 잡지를 연내에 창간할 계획이다. 창비가 1966년부터 내온 계간지 《창작과 비평》은 내용이 무겁고 어려워 대중적 확산이 힘들었다. 정기 구독자가 가장 많았던 1980년대에도 2만명 정도였고, 최근에는 1만명 선으로 줄었다. 강영규 창비 문학출판부장은 “《창작과 비평》으로는 다 담을 수 없을 만큼 작가와 작품이 다양해졌고 독자층도 분화했다”며 “한국 문학의 다양한 색깔을 수용하려면 계간 창비만으로는 버겁다고 판단해 이에 맞춘 새 잡지를 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새 잡지는 장르문학, 순문학 등을 구분하지 않고 폭넓게 다룰 계획이다.

민음사는 1976년부터 계간지 《세계의 문학》을 냈으나 지난해 겨울호를 마지막으로 폐간했다. 대신 기존 틀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파격적인 콘텐츠를 담은 새 문예지 《릿터》를 다음달 1일 창간한다. 어려운 문학평론보다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나 에세이를 주로 실을 방침이다. 글만 빽빽한 기존 문예지 형식에서 벗어나 사진을 키우고 색깔을 다양하게 입히는 등 변신을 시도한다.

문예지의 ‘혁신’은 지난해 창간된 격월간 《악스트》와 《미스테리아》가 시장에 안착하며 가속화하고 있다. 출판사 은행나무가 지난해 7월 창간한 《악스트》는 시와 평론 없이 소설과 에세이만 싣는다. 《악스트》는 창간 1년 만에 매호 7000~1만부가 팔릴 정도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미스테리아》는 문학동네가 추리소설 전문 잡지를 표방하며 지난해 6월 창간했다. 《미스테리아》는 1만4000원이라는 비싼 가격에도 지난 4월호를 3000부 찍어 전부 팔았고 6월호는 4000부를 찍는 등 점차 부수가 늘고 있다.

작가들이 독립 문예지로 실험적 시도를 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시인과 시 애호가가 클라우드 펀딩으로 제작비 일부를 충당해 《더 멀리》 《일상시화》 등을 창간했다.

문예지의 잇따른 변신은 한국 문학 ‘위기론’이 촉발했다는 게 출판계의 진단이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위기를 겪으며 한국 문학의 토양 역할을 해온 문예지도 변하지 않을 수 없다는 인식이 퍼졌다”며 “대중적 취향을 멀리해서는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