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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두 명의 배우가 꽉 채운 무대…서정·낭만적 선율에 빠진 객석

입력 2016-07-28 18:00:08 | 수정 2016-07-29 00:45:15 | 지면정보 2016-07-29 A3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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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 감성 간직한 뮤지컬 두 편 - '키다리 아저씨', '라흐마니노프'

'키다리 아저씨'
배우가 주고받는 호흡과 미묘한 감정변화가 묘미

'라흐마니노프'
천재 음악가의 고독한 삶, 감성적 음악으로 되살려내
최근 무대에 오른 ‘2인 뮤지컬’ 두 편이 탄탄한 구성과 아날로그 감성이 돋보이는 음악, 배우들의 열연으로 평단과 관객들로부터 호평을 얻고 있다. 오는 10월3일까지 서울 동숭동 대명문화공장 1관 비발디파크홀 무대에 오르는 ‘키다리 아저씨’와 다음달 25일까지 서울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에서 공연하는 ‘라흐마니노프’다. 단 두 명만 출연하는 단출한 무대로 각각 문학적 상상력과 음악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작품이다. 소규모 편성의 악단이 대극장 뮤지컬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섬세한 음악을 현장에서 들려준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오는 10월3일까지 서울 대명문화공장에서 공연하는 뮤지컬 ‘키다리 아저씨’.기사 이미지 보기

오는 10월3일까지 서울 대명문화공장에서 공연하는 뮤지컬 ‘키다리 아저씨’.


◆소설 ‘키다리 아저씨’ 무대에

‘키다리 아저씨’는 미국 여성 작가 진 웹스터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고아 소녀 제루샤 주디 에봇이 한 후원자의 도움을 받아 대학에 진학하고, 자신의 꿈과 사랑을 찾아가는 모습을 그린다. 브로드웨이 연출가 존 캐어드가 각색하고 연출해 2009년 뉴욕에서 초연했다.

무대에는 주인공 에봇과 키다리 아저씨 두 명만 등장한다. 두 배우가 주고받는 호흡과 미묘한 감정 변화, 긴장감이 극의 묘미다. 두 배우가 에봇의 편지를 번갈아 읽는 것으로 극이 진행된다. 편지 내용은 주로 대학에서 겪은 소소한 사건들과 키다리 아저씨에 대한 엉뚱한 상상으로 채워진다. 문학적이고 재치 넘치는 가사를 담은 노래의 선율은 서정적이면서도 중독성 있다. 커다란 여행가방을 활용한 무대 연출도 인상적이다.

에봇 역을 맡은 이지숙의 연기가 빛난다. 책 속 세상을 탐험하며 즐거워하고, 작가의 재능이 없는 것 같아 고민하며, 자신의 감정에 대해 혼란스러워 하는 에봇의 면모를 다채롭게 표현해낸다. 소설에서 독자의 상상에서만 존재한 키다리 아저씨는 에봇의 편지에 아이처럼 기뻐하고, 질투에 눈이 멀어 실수를 하는 등 인간적인 모습으로 그려진다.

다음달 25일까지 서울 동숭아트센터에서 공연하는 창작뮤지컬 ‘라흐마니노프’.기사 이미지 보기

다음달 25일까지 서울 동숭아트센터에서 공연하는 창작뮤지컬 ‘라흐마니노프’.


◆예술가의 고뇌 다룬 ‘라흐마니노프’

한 음악가가 자신이 작곡한 선율을 빌려 이렇게 노래한다. “나는 보여줘야 해/당장 들려줘야 해/하늘이 준 선물/나의 손으로/…/난 보여주겠어/ 완벽한 관현악/ 나만의 거대한 교향곡.”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1번과 피아노 협주곡 제2번에서 주요 선율을 따온 넘버(삽입곡) ‘교향곡’에서 예술가의 고독과 외로움이 절절하게 느껴졌다.

창작뮤지컬 ‘라흐마니노프’는 러시아 작곡가 라흐마니노프가 ‘교향곡 1번’ 실패 이후 3년 동안 신경쇠약에 시달리다 정신의학자 니콜라이 달을 만나 아픔을 치유하는 과정을 담았다. ‘니콜라이 달 박사가 라흐마니노프를 치료했다’는 단 한 줄의 기록을 바탕으로 살을 붙였다. 두 인물이 팽팽하게 맞서다가 서로를 이해하고 신뢰하게 되는 과정, 상대의 상처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달 박사가 오히려 치유받는 모습이 인상적으로 그려진다. 다만 라흐마니노프의 트라우마와 치유 과정이 단순하게 그려진 것은 아쉬웠다.

공연의 백미는 라흐마니노프의 음악이다. 라흐마니노프의 트라우마와 완벽함에 대한 강박, 스승과의 관계 등을 그가 작곡한 음울하면서도 낭만적인 음악으로 표현한다. 극중 등장하는 고난도 피아노곡들을 팝피아니스트 이범재가 실시간으로 연주한다. 현악 4중주단의 연주가 더해져 마치 클래식 공연을 보는 듯했다. 피아노 협주곡 제3번의 선율을 사용한 넘버 ‘써야 해’는 공연 후에도 계속 귓가에 맴돌았다. 라흐마니노프의 음악을 통해 그의 삶을 들여다보는 것 자체만으로도 신선한 경험이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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