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남 마이크로디지탈 사장이 ‘소형 전자동 면역진단시스템’의 작동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김낙훈 기자
김경남 마이크로디지탈 사장이 ‘소형 전자동 면역진단시스템’의 작동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김낙훈 기자
경기 성남시 판교 바이오파크에 있는 마이크로디지탈은 바이오메디컬 측정분석시스템 업체다. 회사에 들어서면 각종 신제품이 실험실에 가득 차 있다.

마이크로디지탈, 암진단 장비 소형화…선진국시장 뚫었다
지난해 초 ‘소형 전자동 면역진단시스템’을 개발한 데 이어 하반기에는 ‘미량흡광측정장비’도 선보였다. 이 중 전자동 면역진단시스템은 다국적기업이 장악한 시장에 도전장을 낸 제품이다. 환자의 혈액, 타액을 발광·흡광 방식으로 분석해 암 간염 등의 질환을 진단하는 장비다.

김경남 사장은 “외국 제품과 성능은 비슷하지만 크기를 10분의 1 수준으로 줄였고 가격도 대당 수억원짜리를 수천만원대로 낮췄다”고 말했다. 그는 “주 고객은 종합병원 실험실 연구실 등이며 선진국과 중동 동남아시아 중국 등지의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작년 말 선보인 미량흡광측정장비는 혈액, 타액에서 채취한 단백질 등을 시료로 삼아 이들이 빛을 흡수하는 정도를 측정해 다양한 성분을 분석한다. 김 사장은 “진단검사의학과, 유전자 발현·생물연구소 등을 대상으로 팔고 있는데 주문이 100대나 밀렸다”고 설명했다. 스위스, 이탈리아 등지로도 수출하고 있다.

마이크로디지탈, 암진단 장비 소형화…선진국시장 뚫었다
마이크로디지탈은 2002년 창업 후 20여건의 신제품을 개발했다. 신제품 개발이 활발한 것은 연구개발 중심 회사인 데다 김 사장의 도전정신 덕분이다.

그는 서울대 공대를 중퇴하고 미국 버클리대(학사)와 노스웨스턴대(석·박사)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뒤 세계적인 반도체장비업체 어플라이드머트리얼 등에서 근무하다가 창업했다. 외국에서 2억원 가까운 연봉을 받았고, 스톡옵션으로 수억원의 차익을 실현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편안한 직장을 그만두고 귀국했다. 국내 몇몇 대학에서 교수직을 제안했지만 거절하고 창업에 나섰다. ‘나만의 제품’으로 세계시장에 도전장을 던지고 싶다는 ‘기업가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회사가 생산하는 제품은 대부분 미국 독일 스위스 이탈리아 등 선진국 기업이 장악하고 있는 분야다.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기존 제품보다 더욱 소형화했다. 적은 비용으로 바이오메디컬 관련 측정과 검사를 할 수 있는 장비 및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런 전략으로 틈새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이 회사가 선보인 장비 중에는 △혈청을 극저온으로 보관할 때 일부가 증발하거나 오염되는 사례를 막고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검체 진공 밀봉 통합솔루션(iSBS)’ △유전자 진단 시 효소 반응에서 나오는 미세한 빛의 양을 이용해 샘플 내 특정 유전자 양을 측정하는 ‘유전자발현 발광측정장비(LuBi)’도 있다. 그동안 취득한 특허는 ‘유전자증폭시스템’ 등 20건에 이른다.

이 회사는 산업통상자원부의 미래산업 선도기술개발사업의 하나를 맡아 8개 기관 및 기업과 공동으로 ‘일회용 세포배양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김 사장은 “창업 후 2010년까지는 기반 구축기여서 주로 연구개발에만 힘을 쏟았다”며 “2011년부터는 성장기로 보고 신제품 개발과 해외시장 개척에 본격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열리는 ‘국제의료기기전시회(메디카)’를 비롯해 매년 3~5건의 국제전시회에 출품할 정도로 해외 진출에 적극적이다. 지난해에도 두바이에서 열린 ‘아랍헬스2015’와 미국 애틀랜타에서 개최된 ‘클리니컬 랩 엑스포 2015’에 출품했다.

김 사장은 “작년 매출은 약 60억원에 불과했지만 올해 목표는 100억원으로 잡았다”며 “기술력 하나로 인정받는 글로벌 강소기업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