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에 막혀 시동 못 건 '한강 수륙양용버스'
정부와 서울시가 지난해 한강 관광 활성화를 위해 도입하겠다고 발표한 수륙양용버스(사진)가 잇단 규제에 가로막혀 가라앉을 위기에 처했다. 도로와 물 위를 동시에 다닐 수 있는 수륙양용버스는 ‘안전에 문제가 있어 허가를 내줄 수 없다’며 서울시가 1년 만에 말을 바꿨기 때문이다.

27일 서울시에 따르면 수륙양용버스 사업자인 아쿠아관광코리아는 지난달 서울시 한강사업본부에 여의도와 홍대 및 합정을 오가는 수륙양용버스 운행을 신청했다. 민간업체가 서울시에 사업 제안을 정식으로 신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쿠아관광코리아는 인천시와 한국수자원공사로부터 수륙양용버스 운행 허가를 받아 경인아라뱃길(김포항~인천항)에서 지난해 5월부터 올초까지 운영한 민간 업체다. 정부와 서울시는 지난해 7월 공동 발표한 한강 관광 활성화 계획에서 여의도와 홍대 및 합정을 오가는 수륙양용버스를 운영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 시애틀의 라이드 덕, 일본 도쿄의 스카이 덕, 싱가포르의 덕 투어를 벤치마킹해 국내에도 수륙양용버스를 운행하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서울시는 민간업체의 제안을 사실상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버스가 물 위를 다닌다는 점에서 수륙양용버스는 안전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도입 계획을 전면 재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민간업체는 안전상의 문제가 전혀 없다고 주장한다. 자동차와 선박 기능을 모두 갖춘 수륙양용버스는 자동차관리법과 선박법의 허가를 동시에 받아야 한다. 수륙양용버스를 운전하려면 대형운전면허와 함께 해기사 자격증도 있어야 한다. 아쿠아관광코리아 관계자는 “자동차뿐 아니라 관련법에 따라 선박 허가도 받았기 때문에 수륙양용버스도 일반 선박과 다를 것이 없다”고 말했다. 해외에선 30년 넘게 수륙양용버스를 운행하면서 안전사고가 거의 없었다는 것이 업체의 주장이다.

서울시는 수륙양용버스의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점도 허가를 내주지 않는 이유로 꼽았다. 선박안전법 시행령에 따르면 수상에서 30분 이상 운항하려면 화장실 등 오수(汚水)처리 시설을 설치해야 한다. 지난해 경인아라뱃길에서 운영한 수륙양용버스도 물 위에선 30분만 운항하는 데 그쳤다. 물 위에서 보내는 시간이 적다 보니 관광객들의 외면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관계자는 “물 위에서 30분만 다니는 수륙양용버스를 누가 타려고 하겠느냐”며 “용역을 발주해 사업 타당성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수륙양용버스 운행을 확대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부산시는 올초 해운대 관광 활성화를 위해 광안리와 해운대를 오가는 수륙양용버스 운행을 정부에 요청했다. 해양수산부의 수륙양용버스 검사 지침에 따르면 수륙양용버스는 강 및 항계(항만 내) 등에서만 운항이 가능하고 항계 외 지역에선 운항할 수 없다. 광안리는 항계 외 지역이다.

부산시는 해수부에 지침 개정을 요청했지만, 해수부는 안전사고를 우려해 거부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수륙양용버스도 선박법의 적용을 받는 선박인데 버스라는 인식이 강해 정부에서 무작정 반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경민/고윤상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