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맥주회사인 안호이저부시(AB)인베브가 2위 업체 사브밀러를 인수하기 위해 80억파운드(약 12조원)를 더 내겠다고 약속했다. 원래 710억파운드를 주고 사기로 했는데 지난달 23일 국민투표에서 브렉시트(Brexit: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이 난 뒤 영국 파운드화 가치가 12% 넘게 떨어지자 사브밀러 주주들의 불만을 달래기 위해 웃돈을 얹어주기로 한 것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등에 따르면 버드와이저와 스텔라아르투아 등을 생산하는 AB인베브는 지난 25일 이사회에서 종전 제안보다 1파운드(2.3%)를 더 얹어 주당 45파운드(총 790억파운드·약 118조원)를 쳐주기로 하고, 사브밀러 측에 이 같은 ‘최종 제안’을 통보했다. 더 이상 올려줄 수는 없다는 뜻이다. 사브밀러 주주는 주당 45파운드 현금을 받거나 현재 주당 51.14파운드에 거래되는 자사주(5년간 매각금지 조건)를 받는 방법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사브밀러는 별도 성명에서 얀 뒤 플레시스 사브밀러 회장이 올리비에 구데 AB인베브 회장과 지난 22일 만나 최근 환율 변동성이 커진 점과 시장 움직임을 감안해 인수 조건 변경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사브밀러는 자문회사와 주주 협의를 거쳐 이 제안을 받아들일지 밝힐 예정이다.

이들이 만난 것은 파운드화 가치가 급락한 뒤 사브밀러 주주들이 인수조건을 수정하라고 경영진을 압박했기 때문이다. 사브밀러 주주인 애버딘애셋매니지먼트, 엘리엇매니지먼트, TCI 등은 AB인베브의 웃돈 제안에도 여전히 사브밀러 가치가 저평가돼 있으며 사브밀러 대주주만 유리한 조건이라고 주장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