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 리우 '패션 3관왕'…노스페이스, '메달 효과' 기대
2009년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골프를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종목으로 채택했다. 골프가 올림픽 종목으로 채택된 것은 1900년 파리올림픽과 1904년 세인트루이스올림픽 두 번뿐. 112년 만에 올림픽에서 골프가 부활했다는 소식에 팬들은 기뻐했다.

골프 팬들만 좋아한 게 아니었다. 1985년부터 31년간 대한민국 아마추어 골프 대표팀을 후원해온 코오롱인더스트리FnC도 이 소식을 반겼다. 아마추어 골프 대표팀이 정식 국가대표팀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이 회사는 올림픽 골프 선수복을 제작하게 됐다. 코오롱인더스트리FnC 관계자는 “브랜드 헤드가 맡아온 양궁과 레슬링에 이어 엘로드가 골프 선수복까지 제작하면서 회사가 축제 분위기”라고 말했다.

◆기술력 입증·브랜드 홍보

패션업체에 스포츠 경기는 가장 큰 마케팅 기회 중 하나다. 2005년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마스터스에서 타이거 우즈가 친 나이키 골프공이 홀컵 위에서 잠시 멈춘 일이 있다. 골프공에 새겨진 나이키 로고가 10초간 노출됐다. 나이키는 이 장면으로 약 200억원의 홍보 효과를 봤다. 전 세계인이 시청하는 올림픽 경기는 세계적인 홍보 기회라는 것이 패션업계의 설명이다. 첨단 소재를 활용해 선수복이나 단복을 제작하면 기술력을 뽐낼 수 있고, 의상 위에 새겨진 로고가 TV 중계방송에서 노출되면 브랜드 홍보 효과도 크기 때문이다. 이번 리우올림픽에서는 삼성물산, 코오롱인더스트리FnC, 영원아웃도어 등이 단복과 선수복을 제작·지원한다.

영원아웃도어 브랜드인 노스페이스는 국가대표팀이 메달을 많이 딸수록 홍보 효과를 크게 본다. 시상용 단복을 지원하기 때문이다.

2014 런던올림픽에서 한국 대표팀은 28개의 메달을 따냈다. 노스페이스는 이번 올림픽에서는 20~30개 정도의 메달을 기대하고 있다. 노스페이스는 트레이닝 단복, 선수단 장비, 리듬체조 선수복도 지원한다. 또 리듬체조 종목의 손연재 선수를 개인 후원한다.

◆3개 브랜드 입는 박인비

영원아웃도어가 손연재 선수를 개인 후원하면서 손 선수는 올림픽 기간 내내 노스페이스 옷만 입는다. 입출국을 위해 공항을 찾을 때와 이동할 때는 개인 후원에 따라 노스페이스 옷을 입고, 팀 훈련 중엔 노스페이스 트레이닝 단복을 입는다. 경기 중엔 리듬체조 선수복을 입는다. 메달을 따면 노스페이스의 시상용 단복까지 입게 된다. 노스페이스 관계자는 “손 선수가 메달만 따면 ‘대박’”이라며 “올림픽 경기장이 손 선수의 런웨이(패션무대)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여러 브랜드의 옷을 바꿔 입는 선수도 있다. 평소 와이드앵글(K2코리아) 골프복을 입고 경기를 치르는 박인비 선수가 리우올림픽에서는 코오롱인더스트리FnC 브랜드인 엘로드 유니폼으로 갈아입는다. 업계에선 세계 여자골프 랭킹 3위인 박 선수가 메달을 딸 가능성이 높아 시상대 위에서는 노스페이스 단복을 입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총 3개 브랜드의 옷을 입는다.

◆야구 탈락에 아쉬운 데상트

패션업계가 올림픽 준비로 들뜬 가운데 실망스러워하는 업체도 있다. 야구와 기계체조 국가대표팀을 후원하는 데상트다. 이번 올림픽에 야구가 종목으로 채택되지 않았고, 기계체조 종목 일인자인 양학선 선수가 부상으로 올림픽 출전을 포기하면서다. 업계 관계자는 “작년에는 ‘WBSC 프리미어12’에서 야구 국가대표팀이 우승을 차지하면서 데상트가 주목받았다”며 “올해 올림픽에서 기계체조 종목 신예인 김한솔 선수가 활약하면 데상트도 웃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